전세은
[한국심리학신문=전세은 rio_88@naver.com]
이미지 출처: 구글
퇴근 후 헬스장으로 향하고, 주말이면 러닝크루와 함께 도심을 달린다. SNS에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이 일상이 됐고, 러닝화와 운동복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됐다. 이러한 흐름은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여러 마라톤 대회의 참가자 중 20~3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운동은 2030세대의 대표적인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2030세대는 왜 이토록 운동에 열광하는 것일까. 단순히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심리학은 그 배경에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키우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과 '나는 러너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와 같은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의 형성에 주목한다. 운동은 이제 몸을 단련하는 활동을 넘어,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심리적 자원이 되고 있다.
운동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든다
2030세대가 운동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운동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신념을 의미하며, 이는 새로운 도전과 목표를 지속하는 데 중요한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한다.
운동은 이러한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처음에는 1km도 버겁던 사람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5km, 10km를 완주하고, 헬스장에서 들지 못했던 무게를 들어 올리거나, 필라테스 동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해서 제공한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에 대한 신뢰도 함께 커지는 것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2030세대에게 운동은 결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투자한 시간만큼 기록이 단축되고, 근력이 향상되며, 체력이 좋아지는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취 경험은 운동에만 그치지 않고 일과 학업, 대인관계 등 다른 영역에서도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2030세대는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운동은 '나'를 표현하는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
운동은 이제 개인의 취미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인식하는 심리적 과정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활동을 통해 자아를 정의하고, 그 안에서 소속감과 자부심을 형성한다.
최근 러닝크루, 크로스핏, 헬스 동호회 등 운동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함께 운동하는 것을 넘어, '나는 러너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기록을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과정은 운동을 더욱 지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SNS 문화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 러닝 기록을 공유하거나 '오운완'을 인증하는 게시물은 단순한 운동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운동은 더 이상 혼자만의 건강 관리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사회적 언어가 된 것이다.
운동은 유행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되다
운동 열풍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정체성이 서로 맞물려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작은 목표를 달성하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동시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심리적 경험은 운동을 일회성 취미가 아닌 꾸준히 이어가는 생활 습관으로 만든다.
이처럼 운동은 성취와 소속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다른 취미와 차별화된다. 달릴수록 기록이 쌓이고, 운동할수록 자신감이 커지며,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운동 자체가 보상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많은 2030세대가 자연스럽게 운동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단순히 달리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통해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고,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지금의 운동 열풍은 몸을 단련하는 문화인 동시에, 자신을 만들어가는 심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출처
(1) 김민준, & 유정인. (2017). 대학생의 신체활동과 운동 정체성 및 정신건강과의 관계. 한국체육학회지 제, 56(3).
(2) 이새롬, & 박도헌. (2023). 홈트레이닝의 운동몰입이 삶의 질과 신체적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인문사회 21, 2509-2522.
(3) 정희정. (2024). 러닝크루 참여자들의 운동 목표내용이 운동전념에 미치는 영향 (Doctoral dissertation, 서울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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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세은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