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이종석 결별에 ‘내 일처럼‘ 슬프다면… 나도 ‘파라소셜‘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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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이종석 결별에 '내 일처럼' 슬프다면… 나도 '파라소셜' 중독?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아이유·이종석 결별에 '내 일처럼' 슬프다면… 나도 '파라소셜' 중독?


아이유와 이종석의 결별 소식이 전해진 날, 온라인 커뮤니티는 술렁였다. '울었다', '밥을 못 먹겠다', '오늘 하루 망했다'는 글들이 넘쳐났다. 정작 당사자들은 조용히 각자의 길을 걷겠다고 했는데, 왜 수많은 사람이 남의 이별에 이토록 깊이 빠져드는 걸까.


생판 모르는 사람의 사랑이 끝났을 뿐인데 가슴이 먹먹하다면, 그 감정은 가짜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현상을 주목해왔다.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 즉 일방적 유사 친밀감이 만들어낸 정서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파라소셜 관계란 무엇인가: 뇌는 연예인을 '내 친구'로 착각한다


파라소셜 관계 개념은 1956년 미국의 사회학자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월 두 사람이 처음 제안했다. 미디어 속 인물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시청자는 실제로 그 사람과 관계를 맺은 것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이다. 문제는 그 감정이 '진짜 우정'과 뇌 안에서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줄리아 앤 호너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참여자 4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파라소셜 관계가 강한 사람일수록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볼 때 뇌의 복측 선조체, 즉 보상 회로가 실제 친구를 떠올릴 때와 유사하게 활성화됐다. 뇌는 스크린 너머의 관계와 현실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연예인 커플의 결별 소식은 단순한 '남의 이야기'로 처리되지 않는다. 수년간 쌓아온 유사 친밀감이 순식간에 흔들리기 때문에, 뇌는 실제 가까운 사람의 이별을 목격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상실감 신호를 보낸다.



왜 하필 그 커플인가: '이상적 관계'의 투영과 대리 만족


아이유와 이종석의 연애는 팬들에게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었다. '첫눈에 반한 사랑', '10년 남사친에서 연인으로'라는 서사가 붙으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이 꿈꾸는 관계의 모습을 그 커플에게 투영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상화 투영(Idealization Project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제프리 코언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파라소셜 관계가 가장 깊어지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상대방의 일상이 자주 노출될 것, 긍정적 감정과 연결된 서사가 형성될 것, 그리고 팬이 자신과 연예인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할 것이다. 아이유의 경우 오랜 음악 활동과 솔직한 인터뷰, 대중과의 꾸준한 소통이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그래서 결별 발표 후 '나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반응은 심리학적으로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자신이 믿고 싶었던 '사랑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대리 서사가 함께 무너졌기 때문이다.



선을 넘는 순간: 파라소셜 관계가 일상을 잠식할 때


파라소셜 관계 자체는 병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실험심리학과 로빈 던바 명예교수는 미디어 속 인물과의 유사 친밀감이 사회적 고립감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심리적 완충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혼자 방에 있어도 좋아하는 유튜버나 배우의 영상을 보면 외로움이 덜해지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문제는 파라소셜 관계가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할 때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심리학과 리앤 모턴 부교수 연구팀이 2023년 성인 10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라소셜 관계 의존도가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현실 대인관계 만족도가 27.3% 낮았고, 연예인 관련 뉴스에 하루 평균 51분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좋아하는 연예인의 결별 소식이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거나, 그 커플이 다시 만날 가능성을 검색하고 있다면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다. 그 에너지가 지금 내 삶에서 어떤 자리를 채우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나의 감정을 돌아볼 것: 연예인 이별이 내게 묻는 질문


남의 이별에 슬픔을 느끼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 감정은 내가 '좋은 사랑'을 원한다는 신호이고, 감정이입 능력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만 그 감정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면,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좋다. '나는 지금 내 관계에서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가?'


파라소셜 감정이 격렬할수록, 현실의 친밀감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오늘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잘 지내? 오랜만에 생각났어'라는 짧은 한 마디가 스크린 속 누군가의 이야기보다 훨씬 오래 따뜻하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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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12 06: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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