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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코요태 신지의 시구 논란, 아이브 장원영의 팔짱 태도 논란. 이 두 사건은 며칠 새 SNS를 뒤덮었고, 수만 명이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정작 당사자의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말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이런 현상을 '억까'라고 부른다. 억지로 까내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경과학과 사회심리학은 이 현상이 단순한 악플 문화가 아니라 인간 뇌의 작동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쉽게, 빠르게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걸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나눴다.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논리적인 '시스템 2'다. 짧은 영상 클립 하나, 캡처 사진 한 장만 봐도 우리 뇌는 0.5초 안에 '이 사람은 나쁘다'는 판단을 내려버린다. 이게 바로 시스템 1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한 번 내려진 판단을 뒤집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데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내 첫인상을 확인해주는 정보만 눈에 들어오고, 반박하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걸러내는 현상이다. 장원영이 팔짱을 낀 영상을 본 뒤 '역시 거만하다'고 느꼈다면, 그 이후에는 그 틀에 맞는 장면만 계속 찾게 된다.
2019년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피자로 교수 연구팀이 성인 8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맥락 정보 없이 3초짜리 영상만 보고도 상대방의 '도덕성'을 평가했고, 이후 반박 정보를 제공받아도 68.3%는 처음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의 첫 판단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뇌에 박힌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행위가 왜 이렇게 중독적일까.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로빈 던바 명예교수는 험담과 타인 비판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의 '적'을 만들면 집단 내부의 유대감이 강해진다. '억까'는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같은 편끼리 뭉치게 만드는 사회적 접착제인 셈이다.
여기에 SNS 플랫폼의 구조가 이 심리를 증폭시킨다. 비판 게시물에 '좋아요'와 리트윗이 쏟아질수록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2021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과 다나 스몰 교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도덕적 판단이 타인에게 동의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음식이나 성적 보상을 받을 때와 거의 동일했다. 쉽게 말해, 우리는 타인을 비판하고 동조를 얻는 것에서 진짜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낙인 찍힌 사람이다. 그리고 현뉴스핌이 보도한 바와 같이, 연예계 종사자들은 이 '억까'의 연속에 깊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누적된 사회적 낙인은 당사자에게 불안, 우울, 사회적 위축 등 실질적인 심리적 피해를 남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정립한 '낙인 이론'은 한 번 부정적으로 분류된 사람은 이후 모든 행동이 그 틀 안에서 해석된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역 후광 효과'라고도 부른다. 후광 효과가 긍정적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좋게 보이게 만드는 현상이라면, 역 후광 효과는 부정적 낙인이 찍히면 중립적인 행동조차 나쁘게 해석되는 현상이다.
신지가 시구를 어색하게 던졌다는 첫 번째 비판이 퍼진 뒤, 이후 그녀의 모든 행동은 '불성실함'의 증거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미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완성된 상태에서 어떤 해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제프리 코헨 교수 연구팀은 2007년 실험에서, 낙인이 형성된 후 반박 정보를 제공하면 오히려 원래 부정적 태도가 22.7% 더 강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가 연예인에게 퍼붓는 '억까'는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다. 한 사람의 현실 커리어와 정신건강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심리적 폭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멈추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방법은 놀랍도록 간단하다. '관점 채택 훈련'이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새라 콘래스 교수는 판단하기 전에 '이 사람의 입장이라면 어떤 맥락이 있었을까'라고 3초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확증 편향의 영향이 최대 31.4%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발표했다. 뇌의 시스템 2를 의도적으로 깨우는 것이다.
짧은 클립 하나, 캡처 사진 하나로 누군가의 전부를 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미 뇌의 함정에 빠진 것일지 모른다. 다음번에 '이 사람 왜 저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 딱 3초만 멈춰보자. 그 3초가 누군가의 하루를, 어쩌면 커리어 전체를 지켜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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