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들, 왜 이렇게 됐을까?…운동장에서 터지는 ‘과잉 경쟁 심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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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들, 왜 이렇게 됐을까?…운동장에서 터지는 '과잉 경쟁 심리'의 정체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요즘 어른들, 왜 이렇게 됐을까?…운동장에서 터지는 '과잉 경쟁 심리'의 정체


운동회에서 넘어진 아이에게 '인생은 원래 불공평해, 그걸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어른이 있다. 그 옆에서는 심판 판정에 격분해 고성을 지르는 학부모가 있고, 코치는 성과를 위해 선수의 몸과 마음을 짓밟는다. 도대체 어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최근 이런 장면들이 잇따라 뉴스를 채우고 있다. 프로배구 구단 코치의 성추행 의혹 사퇴 사건, 운동회 현장에서 터지는 학부모 갈등, 스포츠 심리학자들이 '과잉 경쟁 사회'의 단면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다.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심리적 메커니즘의 결과다.



승리 집착의 심리학: 이기는 것이 곧 존재 이유가 될 때


심리학에서는 이를 '수행 목표 지향성(performance goal orientation)'이라고 부른다. 결과와 승패에만 집중하고, 과정이나 성장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캐럴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1988년부터 수십 년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행 목표 지향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을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고 패배 상황에서 극단적인 분노나 수치심을 경험한다.


문제는 이 성향이 어른에게서 아이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드웩 교수 연구팀이 초등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부모가 '결과'를 칭찬받고 자란 아이들은 실패 후 도전을 회피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운동장에서 넘어진 아이에게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어른의 내면에는 실은 자신도 패배를 견디지 못하는 두려움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현장은 이 수행 목표 지향성이 유독 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2023년 발표한 학교 운동부 실태 조사에서 선수 10명 중 7명이 '지도자에게 성적 압박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심리적 위축이나 불안을 호소했다.



권력과 위계의 그늘: 코치와 선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스포츠 현장에서 지도자와 선수 간 부적절한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권위 그라디언트(authority gradient)'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위계 구조가 가파를수록,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짐 테일러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스포츠 환경에서의 권력 역학' 연구에서 지도자와 선수의 권력 격차가 클수록 선수가 부당한 상황을 신고할 가능성이 67%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더 깊은 문제는 '순응 학습'이다. 어릴 때부터 코치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도록 훈련받은 선수는 그 경계가 어디서 넘어지는지조차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 심리학 용어로는 '복종의 관성(obedience inertia)'이라 부르는데, 밀그램 복종 실험에서 드러났듯 위계적 맥락 안에서 사람은 도덕적 판단보다 권위에 따르는 경향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최근 불거진 프로배구 구단 코치의 성추행 의혹 사퇴 사건도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피해 선수가 사건 직후가 아닌 시간이 지나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다는 사실은, 선수가 즉각 저항하지 못할 만큼 위계의 압력이 거대했음을 보여준다.



관중석의 분노: 내 아이의 승패가 내 자존감이 될 때


운동 경기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분노하는 것은 정작 선수가 아니라 학부모인 경우가 많다. 심리학은 이를 '자기 확장 이론(self-expans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아론 아론 미국 스토니브룩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과 밀접한 타인을 자기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바로 그 대표적인 대상이다. 내 아이가 이기면 내가 이긴 것이고, 내 아이가 지면 내가 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 '공정성 민감도(justice sensitivity)'가 결합되면 분노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불공정한 판정이라고 지각하는 순간, 뇌의 편도체가 즉각 활성화되고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은 억제된다. 야구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선수보다 관중석의 학부모가 더 격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우리 사회의 경쟁 구조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학부모의 자녀 성취 귀인 양식 연구'에서 응답 학부모의 58.3%가 자녀의 성취를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과 연결 짓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기는 법만 가르친 대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이기는 법만 강조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공감 능력과 자기 조절 능력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다. 마틴 셀리그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의 '긍정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성취보다 의미와 관계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정신 건강 지수에서 평균 22%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승패를 넘어서는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어른을 만드는 셈이다.


스포츠는 원래 패배를 견디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뛰어보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 그 공간을 어른들의 경쟁 욕구가 잠식할 때,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기쁨 대신 공포를 배운다. 오늘 가까이 있는 아이에게 '잘 뛰었어'보다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라고 말해주는 것은 어떨까. 그 한마디가 아이의 뇌에 새겨지는 방식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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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16 0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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