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소
[한국심리학신문=강미소 kmsan0407@naver.com]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입니다.
왜 MZ세대 딸은 친구보다 엄마가 좋을까?
“공식 발표합니다. 엄미새입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좋아요.”
유명 인기 걸그룹 아일릿(ILLIT)의 멤버 원희가 예능에서 엄마가 너무 좋다고 한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받고 있다. 엄미새란 ‘엄마에게 미친 사람’의 줄임말로, 요즘 20~30대 MZ세대 딸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스스로 엄미새라고 말하며 엄마를 단짝 친구로 여기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듯 SNS에서는 엄미새 테스트까지 올라올 정도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만나기보다 좀 더 친숙한 엄마와 유행하는 장소에 놀러 가고 이런 일상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엄미새뿐만이 아니라 동미새(동생에게 미친 사람), 언미새(언니에게 미친 사람) 등 가족 관계와 관련된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던 MZ세대 딸이 이제는 가족에게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일까
익숙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 자원보존이론
미국 러시 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행동과학과 석좌 교수이자 주임교수로 활동했던 스테번 홉폴은 기존의 스트레스 이론을 보완한 자원보존이론을 통해 인간이 자신에게 중요한 자원을 얻고, 이를 유지하거나 보호하려는 동기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원을 대인 관계를 맺거나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원을 잃을 때, 인간은 심리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개인은 더 이상의 손실을 막고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대인 관계를 포기하게 된다.
자원보존이론 관점에서 엄미새 현상을 바라보면 MZ세대는 취업난, 경기 불안정으로 인해 자원이 손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든다. 이런 상황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는 익숙하고 에너지와 시간이 덜 드는 엄마, 가족과 지내는 게 자원도 적게 소모되고, 스트레스도 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마마걸에서 엄미새로, 시선의 반전
전에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친구보다 엄마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마마걸이라고 부르는 등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애착 이론에서 보았을 때 성인 자식이 부모와 가깝게 지내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애착이란 영아와 양육자 간에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으로, 주로 영아기에 형성된다. 이후 개인의 성격 발달 및 사회성 등 다양한 영역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안정 애착을 형성한 개인은 높은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일상에서 나타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며, 대인 관계를 맺는 데 훨씬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안정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부모와 친구같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단순히 의존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만큼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MZ세대 딸에게 험난한 사회생활 속에서도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안전 기지가 되어준다.
약해지는 가족과의 연결 속에서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요즘 한국 사회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디지털화로 인해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핵가족화되면서 가족과의 연결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엄미새 현상은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가족 관계가 원만하고 가족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하는 등 가족이 건강한 기능을 할수록 자녀의 자아존중감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모와 친밀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자녀일수록 자아 정체감이 높았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하는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많이 가질수록 자녀의 자아존중감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엄미새 현상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MZ세대가 자신도 모르게 선택한 정서적 생존 전략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엄마와 편하게 대화하고, 함께 활동하는 시간 자체가 이미 가족 건강성을 높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엄미새는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만 하는 미성숙함의 증거가 아니다. 관계가 점점 얕아지는 시대에 자녀가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자 한 건강한 선택에 가깝다.
나의 하나뿐인 단짝 친구인 엄마
이제 엄마는 MZ세대에게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단짝 친구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엄마는 요즘 유행하는 곳 별로 안 좋아할 거야.’라고 지레짐작하며, 엄마 대신 친구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엄미새 컨텐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머니들도 자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무척이나 행복해하신다. 이번 주말에 한 번 친구가 아닌 엄마와 함께 유행하는 카페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에게는 흔한 일상일지 몰라도 엄마에게 오래 간직할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백지선, 조규철. (2026). 청년의 사회적 고립과 정책의 역할: 서울 청년 패널조사를 활용한 정책지원의 효과성 분석. 사회과학연구, 37(1), 243-273. 10.16881/jss.2026.01.37.1.243
2) 박민주. "노인의 우울에 대한 자원의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2025. 서울
3) 최윤정, 엄윤재. (2016). 대학생이 지각한 가족건강성과 자아존중감과의 관계: 분리 개별화 및 자아정체감의 매개효과. 상담학연구, 17(6), 357-379.
4) 정옥분. (2024). 발달심리학: 전생애 인간발달 (4판).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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