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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혹은 집행유예가 끝났다. 법적으로는 이제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연예인의 복귀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 한편이 묘하게 불편하다면, 그건 당신이 유독 냉정하거나 옹졸해서가 아니다.
최근 김수현과 유아인의 복귀가 동시에 거론되면서 대중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법적으로 끝난 일 아닌가'와 '그래도 영 찜찜하다' 사이, 그 불편한 감정의 정체는 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조나단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사회심리학 교수는 인간의 도덕 판단이 이성보다 직관에 먼저 반응한다는 '사회적 직관주의 모델'을 제안했다. 법원의 판결문은 이성의 영역이지만, 대중의 반응은 직관의 영역에서 먼저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먼저 판단을 내린다.
법적 책임과 사회적 신뢰는 작동하는 회로 자체가 다르다. 법은 증거와 절차로 판단하지만, 신뢰는 관계와 감정의 역사로 쌓인다. 유죄 판결이 없어도 실망감이 형성된 순간 이미 신뢰 회로에는 손상이 간 것이다. 법원이 복권시켜 주는 것은 시민권이지, 감정의 기억이 아니다.
폴 로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도덕적 오염(moral contagion)'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부정적인 도덕적 사건과 연결된 대상에 대해 마치 물리적 오염처럼 반응한다. 설령 그 사건이 해결되거나 번복되더라도 뇌는 쉽게 '깨끗하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2001년 연구에서 로진 교수팀은 피험자 31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부정적 연상이 붙은 대상은 사실 관계가 정정된 뒤에도 부정적 평가가 지속되는 비율이 68%에 달했다.
이 효과는 연예인처럼 '이미지가 곧 상품'인 직업군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대중은 배우나 가수를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동일시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한번 실망이 새겨진 얼굴을 스크린에서 다시 마주치면, 뇌는 즐거움보다 먼저 경계 신호를 보낸다. '저 사람 그 사람 맞잖아'라는 기억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로도 설명한다. 특정 자극이 이후 판단과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데, 논란이 된 사건 자체가 강력한 프라임으로 작용해 이후 그 인물과 관련된 모든 자극을 부정적 맥락에서 해석하게 만든다.
도널드 호턴과 리처드 올 미국 연구자들이 1956년 처음 제안한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 개념은 미디어 속 인물과 실제 만남 없이도 친밀감을 형성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오랜 친구처럼 느끼며, 그 연예인의 실수나 논란에 실제 지인에게서 배신당한 것과 유사한 감정적 충격을 경험한다. 2019년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파라소셜 관계가 강할수록 해당 인물의 스캔들에 대한 심리적 고통 지수가 실제 인간관계에서의 배신 경험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유사했다.
이것이 '법적으로 끝났는데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대중에게 그 연예인은 법적 당사자이기 이전에, 자신의 감정을 투자한 관계적 대상이었다. 법원의 판결이 그 감정적 투자를 돌려주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을 억누르거나 '별거 아닌 것에 과민반응'으로 치부하지 않는 것이 건강하다고 말한다. 오상우 동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파라소셜 관계에서 오는 실망감은 실제 관계에서의 감정과 신경학적으로 동일한 회로를 통해 처리되기 때문에, 그 감정을 무시하면 오히려 정서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뢰는 영영 회복되지 않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로이 레위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신뢰 회복 모델에 따르면, 신뢰가 무너진 뒤 회복되려면 '인정, 사과, 보상, 일관된 행동 변화'라는 네 단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혹은 법적 절차가 종결된다고 해서 신뢰가 자동으로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이 유독 '형식적 사과'에 더 실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정성 없는 사과는 신뢰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이 사람은 여전히 자신을 이해 못 하는구나'라는 추가적 실망을 준다. 연예인의 복귀를 바라볼 때 불편함이 남는다면, 그건 당신의 심리적 레이더가 아직 '인정과 변화'의 신호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뜻일 수 있다. 그 찜찜함은 냉담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에서 신뢰를 중시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이다. 복귀한 그들이 스크린 밖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지를 지켜보는 것, 그 시간이 진짜 판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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