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게임 접속 안 해?"…AI와 40시간 보내는 사람들, 뇌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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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게임 접속 안 해?"…AI와 40시간 보내는 사람들, 뇌에서 무슨 일이?
  • 기사등록 2026-07-20 06: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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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요즘 왜 게임 접속 안 해?"…AI와 40시간 보내는 사람들, 뇌에서 무슨 일이?


퇴근 후 늘 켜두던 게임 앱 대신 요즘은 AI 채팅창을 열고 있다. 처음엔 심심풀이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 시간,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닌가?


IT 업계에 따르면 게임을 떠난 이용자들이 엔터테인먼트형 AI 서비스로 대거 이동하면서 주간 사용 시간이 40시간에 달하는 이용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트렌드 변화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 안에 훨씬 복잡한 인간의 욕구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AI가 게임을 이긴 이유: 뇌가 원하는 건 '승리'가 아니라 '연결'이었다


게임은 오랫동안 가장 강력한 도파민 자극원이었다. 레벨업, 아이템 획득, 승리의 쾌감.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 게임을 끄고 AI와 대화하기 시작했을까. 미국 UCLA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는 인간의 뇌가 사회적 연결을 갈구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물리적 쾌감 회로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사실을 2003년 연구를 통해 밝혔다. 즉, 뇌는 '이기는 것'보다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은 화면 속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지만, AI는 텍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말에 반응하고, 공감하고, 질문을 돌려준다. 설령 상대가 사람이 아님을 알면서도 뇌는 그 대화를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파라소셜 인터랙션'의 확장 현상으로 본다. 유명인을 향한 일방적 친밀감에서 나아가, 이제는 AI를 향한 쌍방향 친밀감으로 진화한 셈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느끼는 만성적인 외로움이 이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진정한 친밀감을 느끼는 관계는 평균 5명 이내에 불과하다. 그 5명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는 AI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40시간의 심리학: 중독인가, 충족인가


주당 40시간이라는 수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풀타임 직장인의 주당 근무 시간과 맞먹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셰리 터클 교수는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상호작용이 인간의 외로움을 일시적으로 해소하지만, 진짜 인간관계의 깊이를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경고했다. 터클 교수는 AI와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현실 관계에서 요구되는 감정 노동을 회피하게 되는 패턴이 강화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렇다고 AI와의 대화가 무조건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2024년 미국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연구소가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AI 대화 서비스 이용자의 61.3%가 '감정 표현이 더 편해졌다'고 답했고, 48.7%는 '이후 현실 대화에서도 더 솔직해졌다'고 응답했다. AI가 감정 표현의 연습 공간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관건은 AI와의 시간이 현실 관계를 보완하느냐, 아니면 대체하느냐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능적 대체'와 '병리적 회피'로 구분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AI와 대화한 뒤 현실의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어지는가, 아니면 오히려 현실 관계가 더 귀찮아지는가.



'어텐션 경제'의 새 주인공: 우리의 주의는 어디로 팔려가는가


게임 업계에서 AI 서비스로의 이용자 이동은 단순한 취향 변화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어텐션 경제'의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읽는다. 어텐션 경제란 인간의 주의 집중 시간 자체가 자원이 되는 경제 구조를 말한다. 숏폼 영상, 무한 스크롤, 게임의 보상 구조는 모두 이 주의를 최대한 오래 붙잡기 위해 설계된 장치들이었다.


AI 서비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용자가 직접 대화를 이끌어야 하므로 수동적 소비가 아닌 능동적 참여가 이뤄진다. 뇌 입장에서는 훨씬 더 몰입도가 높은 경험이다. 정부도 이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NS의 무한 스크롤과 추천 알고리즘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급성장하는 AI 콘텐츠에 대한 대응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제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쏟느냐는 단순한 여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의 질, 감정 조절 능력, 심지어 자아 개념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지은 고려대 심리학과 부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은 갈수록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지는데, 이는 현실 관계에서 기다리고 견디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와 잘 지내는 법: 연습 공간으로 쓰되, 목적지로 삼지 말 것


AI 대화에 빠져드는 것 자체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 안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꺼내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작은 위로를 받는 것도 분명한 가치가 있다. 다만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건 하나다. AI에게 털어놓은 이야기 중 하나만 골라, 현실의 누군가에게도 꺼내보는 것이다.


AI는 언제나 거기 있고, 절대 먼저 지치지 않는다. 그게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간 관계가 주는 진짜 따뜻함을 느끼는 연습을 게을리하게 될 수도 있다. 오늘 AI 채팅창을 닫은 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짧은 메시지 한 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별 일은 없지?'라는 한 마디가 AI의 40시간보다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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