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도 과하면 독"…건강에 집착하다 오히려 병드는 ‘맥싱‘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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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좋은 것도 과하면 독"…건강에 집착하다 오히려 병드는 '맥싱' 심리


운동도 매일 한다. 식단도 철저히 지킨다. 영양제도 열 가지는 넘게 챙겨 먹는다. 수면 최적화를 위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까지 쓴다. 그런데 왜인지 늘 피곤하고, 조금이라도 루틴을 어기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요즘 SNS를 중심으로 '맥싱(Maxxing)'이라는 건강 트렌드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모든 신체적·정신적 지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집착에 가까운 자기관리법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건강을 위한 행동이 어느 순간 건강을 해치는 강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완벽한 몸을 향한 집착: 맥싱이 뇌에 미치는 영향


맥싱은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선다. '최적화'라는 이름 아래 수면, 식단, 운동, 보충제, 사교 관계까지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통제하려는 행동 패턴이다. 처음에는 건강에 대한 선한 의도로 시작하지만, 점점 루틴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심리학과 알렉스 코브 교수는 이런 패턴을 '보상 회로의 역설'로 설명한다. 도파민 시스템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쾌감을 주도록 설계돼 있는데, 목표의 기준이 계속 높아지면 아무리 잘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이,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끊임없이 강화된다.


실제로 2024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신건강연구소가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건강 관련 행동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불안 수준이 평균 4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챙길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다.



건강 강박의 심리: '오르토렉시아'라는 낯선 이름


심리학계에서는 이처럼 건강한 식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상태를 '오르토렉시아 네르보사(Orthorexia Nervosa)'라고 부른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처럼 음식의 양이 아닌, 음식의 '순수함'과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금이라도 기준을 벗어난 음식을 먹으면 극심한 죄책감이 따라온다.


스티븐 브래트먼 미국 뉴욕 통합의학 전문의는 오르토렉시아를 처음 개념화한 인물이다. 그는 건강 식단을 실천하던 자신이 어느 순간 '불순한 음식'을 먹을 경우 며칠씩 자책하고 사회적 식사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이 개념을 제안했다. 맥싱 문화가 확산될수록 오르토렉시아와 유사한 심리적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성인의 38.7%가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죄책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운동을 하루 빠졌을 때 지나치게 자책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9.4%에 달했다.



왜 우리는 건강을 '통제'하려 하는가: 불안의 다른 이름


심리학적으로 건강 강박은 종종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다루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예컨대 경제적 불안, 인간관계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커질수록 적어도 내 몸만큼은 완벽하게 관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폴 살코프스키스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대상 이동 불안'이라고 설명한다. 해결할 수 없는 불안을 해결 가능해 보이는 대상, 즉 식단이나 운동 루틴으로 옮겨 관리하려는 심리적 기제다. 단기적으로는 통제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루틴이 어긋날 때마다 불안이 폭발적으로 치솟는 악순환을 만든다.


SNS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완벽한 몸과 철저한 루틴을 자랑하는 콘텐츠는 알고리즘의 적극적인 선택을 받는다. 매일같이 그런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저 정도는 해야 정상'이라는 왜곡된 기준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된다. 조금만 게으르면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그 불안감이 맥싱 문화의 진짜 연료다.



건강을 되찾는 역설: 조금 못해도 괜찮다


건강은 목표가 아니라 삶의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레베카 스크리치필드 미국 조지워싱턴대 공중보건학과 영양학자는 '건강한 행동이 삶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면, 그 행동은 이미 건강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 치킨을 먹은 날, 운동을 건너뛴 날에도 여전히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오늘 운동 계획이 틀어졌더라도, 예정에 없던 야식을 먹었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계획을 어기는 유연함 자체가 심리적 건강의 증거다. 완벽한 루틴보다 '오늘 하루 어떤 기분이었나'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 그게 진짜 건강 관리의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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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3 07: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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