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남는 장사‘ ‘감방 살면 그만‘…사기꾼의 뇌는 왜 멈추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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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남는 장사' '감방 살면 그만'…사기꾼의 뇌는 왜 멈추지 않을까?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무조건 남는 장사' '감방 살면 그만'…사기꾼의 뇌는 왜 멈추지 않을까?


가까운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연락이 끊겼던 적이 있는가. 혹은 믿었던 사람이 처음부터 나를 속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던 경험은 없는가. 사기 피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한 해에만 25만 3956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고, 그 피해금액의 93%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 있다. 사기꾼의 절반이 '전과자'라는 사실이다. 한 번 걸렸어도, 감옥을 다녀와도, 또 다시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속인다. 도대체 왜 이들은 멈추지 못하는 걸까. 심리학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사기의 뇌: 죄책감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


로버트 헤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40년 이상 반사회적 성격장애, 즉 사이코패시를 연구해온 권위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 사기꾼의 상당수는 전두엽의 감정 처리 회로가 일반인과 다르게 작동한다.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는 공감 네트워크가 현저히 약화되어 있어, 피해자가 눈물을 흘려도 그것이 뇌의 감정 중추를 자극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공감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선택적으로 '끄는' 능력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결론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뇌과학연구소 타니아 싱어 박사의 2019년 연구에서는 반사회적 성향이 높은 집단이 타인의 고통 장면을 볼 때 공감 관련 뇌 영역 활성화가 정상 집단 대비 평균 38% 낮게 나타났다. 이 '감정 차단' 기제가 바로 죄책감 없이 반복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그렇다면 사기꾼은 모두 타고난 걸까. 그렇지 않다. 환경과 경험이 이 회로를 강화한다. 어린 시절 반복적인 정서적 방치나 학대를 경험한 경우, 공감 회로 발달이 억제되고 자기 생존을 위한 조작 전략이 대신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보상 중독: '성공한 사기'가 뇌를 바꾼다


사기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도파민 보상 시스템에 있다. 데이비드 이글먼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저서에서 반복 범죄자들의 뇌가 도박 중독자의 뇌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타인을 속이고 돈을 얻는 행위가 성공할 때마다 뇌의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분출되고, 이 쾌감 신호가 '또 해도 된다'는 회로를 강화한다.


문제는 이 회로가 한번 강화되면 일반적인 노동이나 정직한 수입으로는 같은 수준의 쾌감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조건 남는 장사', '감방 살면 그만'이라는 사기꾼들의 실제 발언은 단순한 뻔뻔함이 아니다. 처벌의 고통보다 성공했을 때의 도파민 자극이 훨씬 강렬하게 기억된 결과다. 뇌는 이미 사기를 '가장 효율적인 보상 루트'로 학습해버린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도구적 조건화의 부정적 강화'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속임수가 통했던 경험이 쌓일수록 그 행동을 멈추는 내적 제동 장치가 점점 약해진다는 의미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재범 분석 자료를 보면, 사기 전과자가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범하는 비율이 일반 범죄 평균보다 약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피해자는 왜 속을까: '인지 편향'의 함정


사기 심리학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축이 있다. 바로 피해자 심리다. 우리는 흔히 '나는 절대 안 속는다'고 확신하지만, 그 확신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로 널리 알려진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에 따르면, 자신의 판단력을 높이 평가할수록 오히려 조작에 취약해진다.


사기꾼들이 가장 즐겨 활용하는 심리 기제는 '권위 편향'과 '호혜성 원칙'이다. 그럴듯한 직함과 사무실, 작은 선물이나 친절을 먼저 베푸는 행동 하나가 피해자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린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로버트 치알디니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고전적 연구에서는, 작은 호의를 먼저 받은 집단이 이후 불합리한 부탁에 응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51.8%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이나 사회적 고립 상태의 사람들이 표적이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친절 신호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비판적 판단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다는 사실이 2021년 심리학 저널 '퍼스낼리티 앤드 소셜 사이콜로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확인됐다.



사기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멈추는 연습'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심리학적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즉각적 결정을 미루는 훈련'이다. 사기꾼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전술은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한다'는 시간 압박이다. 이 압박이 주어지는 순간, 뇌의 이성적 판단 영역인 전두엽보다 즉각적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더 빠르게 작동한다.


조금이라도 서두르게 만드는 상황이 오면, 일단 하루를 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투자 제안이나 금전 요구를 받았을 때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사기꾼들은 언제나 '둘만의 비밀'을 강조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큰 경고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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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4 0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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