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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주식 앱을 열었다가 바로 닫아버린 적이 있는가. 빨간불이 켜져도 불안하고, 파란불이 켜져도 불안한 이상한 감각. 요즘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꼭 이런 말이 나온다. '반등했는데도 왜 팔고 싶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반등세를 보이는 가운데도 개인 투자자들은 사흘간 무려 6조 8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보통 주가가 오르면 다시 사려는 심리가 강해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달랐다. 오르는데도 팔았다. 도대체 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심리학에는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정립한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득을 얻을 때보다 손실을 볼 때 심리적 고통을 약 2.5배 더 크게 느낀다.
즉, 100만 원을 버는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는 고통이 두 배 반 더 크다는 뜻이다. 최근처럼 급락과 급반등이 반복되는 시장에서는 이 편향이 극단적으로 강화된다. 한 번 크게 떨어지는 경험을 한 뇌는 반등 신호가 와도 '또 내려가면 어쩌나'는 공포부터 먼저 발동시킨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경제학 연구팀이 성인 투자자 800명을 대상으로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급격한 시장 변동성을 경험한 후에는 편도체, 즉 공포 반응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활성화 수준이 평균 38% 높아졌다. 주가가 회복돼도 뇌는 여전히 비상 상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투자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맥락 효과(Context Effect)'로도 설명한다. 한번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하면 현재 숫자가 아니라 그 공포의 기억이 판단을 지배하게 된다. 마치 교통사고를 경험한 운전자가 이후 정상적인 도로에서도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폴 슬로빅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 손실 경험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사건보다 기억에 더 오래, 더 선명하게 각인된다. 손실 경험 이후 투자자의 63.4%가 '다음 상승 기회도 결국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편향을 갖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등해도 팔고 싶은 마음, 그건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공포가 내리는 명령이다.
여기에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도 겹친다. 가장 최근의,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 미래 예측을 지배하는 현상이다. 급락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할수록 앞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실제보다 훨씬 높게 확률을 추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시장을 떠나면 마음이 편해질까. 심리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스콧 릭 미국 미시간대 마케팅·심리학과 교수는 2021년 연구에서 투자 손실 경험 후 시장을 완전히 이탈한 투자자들이 오히려 재정적 불안감을 더 오래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팔고 나면 후회할 것 같다'는 감각, 심리학에서는 이를 '예상 후회(Anticipatory Regret)'라고 부른다.
팔아도 불안하고 안 팔아도 불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실 앞에서 뇌는 어떤 선택을 해도 안도감을 주지 않는 '심리적 이중 구속' 상태에 빠진다. 문제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이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투자 결정을 '지금 이 감정'이 아닌 '처음 투자할 때 세운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포가 절정일 때 내리는 결정은 대부분 나중에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결정이 된다는 것, 수십 년치 행동경제학 데이터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이다.
주식 시장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다. 문제는 그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는 타이밍을 공포가 결정하게 놔두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하루에 주식 앱을 여는 횟수를 정해두는 것이다. 2016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심리학 공동연구팀은 포트폴리오 확인 빈도를 하루 한 번으로 줄인 투자자들이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충동적 매도를 51.8% 덜 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숫자를 덜 보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을 만든다. 시장이 요동칠수록 화면에서 눈을 떼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 앱을 여는 대신, 처음 투자를 결심했던 이유를 한 번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공포를 이기는 힘은 의지가 아니라 원칙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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