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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출연작을 전부 챙겨보고, 굿즈를 사 모으는 것. 이 정도는 흔한 팬심이다. 그런데 SNS에서 돈을 주고 주소를 구입해 실제로 그 집 앞까지 찾아간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그룹 코르티스 숙소에 중국인 여성들이 침입을 시도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SNS에서 주소를 샀다'고 진술했다. 같은 사건이 지난해에도 있었다. BTS 멤버 숙소를 찾아간 중국 국적 여성이 신고당한 것이다. 반복되는 이 장면들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팬심은 어디서부터 집착이 되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텔레비전이나 SNS 속 유명인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뇌가 실제 친밀한 관계처럼 착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목소리, 표정, 일상을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실제로 함께 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껴진다.
미국 버크넬대 심리학과 에리카 코미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준사회적 관계를 강하게 형성한 사람일수록 해당 유명인과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높아지고, 그 유명인이 자신을 '특별히 여길 것'이라는 믿음도 강화된다. 유명인이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짓는 것이 자신을 향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문제는 이 준사회적 관계가 지나치게 강화될 때다. 미국 심리학회(APA)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준사회적 관계가 실제 대인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가까이 가고 싶다'는 충동이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생긴다.
영국 레스터대 심리학과 존 멀렌 교수 연구팀이 팬 행동 유형을 분석한 결과, 팬 심리는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오락적 소비 단계로, 음악이나 영상을 즐기는 수준이다. 두 번째는 강렬한 개인적 동일시 단계로, '저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다. 세 번째는 경계 침범 단계로, 실제로 그 유명인의 생활 공간에 접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연구팀은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선 사람 중 36%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SNS가 상황을 악화시킨다. 연예인이 일상을 직접 올리는 콘텐츠, 라이브 방송에서 화면 너머 팬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은 준사회적 관계의 밀도를 급격히 높인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연구팀이 성인 8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명인의 일상 공개형 SNS를 매일 30분 이상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준사회적 관계 강도가 51.3% 더 높게 나타났다.
주소를 돈 주고 사는 행위는 그 끝에 있다. 단순한 '보고 싶음'을 넘어서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변환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상태를 '경계 상실(boundary erosion)'이라고 표현한다.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더 이상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준사회적 관계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독감을 일시적으로 완충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줄리 리스크 교수는 2021년 연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사람들이 유명인과의 준사회적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이 과정이 단기적 정서 안정에 기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의 인간관계가 충족되지 않은 채 준사회적 관계가 그 자리를 완전히 차지할 때다. 리스크 교수는 같은 연구에서 현실 대인관계의 질이 낮을수록 준사회적 관계 의존도가 높아지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계 침범형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상관관계를 밝혔다. 즉, 주소를 사서 숙소 앞까지 찾아가는 행동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채워지지 않은 연결 욕구의 왜곡된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그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연예인에게 그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신변 위협이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 행동 이면에는 '제발 나를 봐줘'라는 절박한 외침이 있다. 그 외침의 방향이 잘못됐을 뿐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감정이 '나의 삶을 채우는 즐거움'인지, 아니면 '없으면 불안한 의존'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팬 활동이 나의 현실 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쓰이면 건강한 팬심이고, 현실 관계 대신 팬 활동을 선택하게 만들면 점검이 필요한 신호라고 말한다.
SNS에서 유명인의 주소가 거래된다는 사실 자체도 심각한 문제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생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저런 사람들이 있냐'가 아니라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경계를 지키고 있나'일지도 모른다. 오늘 유독 보고 싶은 아이돌이 있다면, 그의 영상을 틀어놓고 나 자신의 하루를 함께 돌봐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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