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위해 시즌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임창용이 고백한 그 감각, 뇌는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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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위해 시즌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임창용이 고백한 그 감각, 뇌는 이미 알고 있었다
  • 기사등록 2026-07-25 07: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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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도박 위해 시즌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임창용이 고백한 그 감각, 뇌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야구 선수로서 수많은 승부를 겪어온 사람이 '시즌이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고 고백했다. 경기장 밖에서 도박이라는 또 다른 승부를 기다리며 말이다. 전 야구선수 임창용이 집행유예 선고 이후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이 한 마디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 고백이 아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유독 도박에 빠지기 쉬운 이유, 그리고 '승부의 짜릿함'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사람을 서서히 잠식하는지를 심리학은 이미 설명하고 있다.



승부 중독의 역설: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임창용은 인터뷰에서 '승부의 세계에 있다 보니 스포츠 선수들이 승부의 짜릿함을 느끼다 도박에 빠지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자기합리화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정확한 자기 진단에 가깝다.


제임스 홀랜즈워스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9년 발표한 연구에서 경쟁적 스포츠 환경에 오래 노출된 사람일수록 '결과 불확실성에 대한 쾌감 민감도'가 일반인보다 평균 37%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기거나 지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알기 직전의 순간에 뇌가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된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는 수십 년간 매 경기마다 이 감각을 반복 경험한다. 뇌는 이 자극에 점점 익숙해지고, 은퇴 이후 혹은 비시즌 동안 그 자극이 사라지면 허전함을 채울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도박은 그 빈자리를 가장 빠르게, 가장 강렬하게 채워줄 수 있는 수단처럼 느껴진다.



도파민의 함정: 이길 때보다 '이길 것 같은 순간'이 더 달콤하다


도박이 왜 끊기 어려운지를 이해하려면 뇌의 보상 시스템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뇌과학자 워프릭 슐츠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는 도박 중독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은 보상이 주어질 때가 아니라,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예측되는 순간에 가장 강하게 분비된다.


다시 말해, 주사위를 던지기 직전, 카드를 뒤집기 직전, 숫자가 뜨기 직전의 그 찰나가 뇌에게는 가장 황홀한 순간이다. 실제로 이겼을 때보다 이길 것 같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도파민 분비량이 정점을 찍는다. 이 구조가 사람을 계속 도박대 앞으로 이끄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이 반응이 반복될수록 같은 자극으로는 같은 쾌감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 큰 판돈, 더 큰 리스크가 있어야 예전과 같은 짜릿함이 온다. 임창용이 2019년 필리핀에서 1억 5000만 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빌린 사실도, 이 '내성'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선수라는 직업이 키운 취약성: 통제감 상실이 부른 위험


심리학자 마크 그리피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행동중독연구소 소장은 스포츠 선수가 도박 중독에 취약한 이유로 '통제감의 역설'을 꼽는다.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를 통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한 통제감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내가 잘 하면 이긴다는 믿음이 몸에 배어 있다.


이 통제감이 도박에 투영되면 위험해진다. '내가 감을 잘 읽으면 이길 수 있다', '이번엔 내가 흐름을 파악했다'는 착각, 즉 심리학에서 '통제 환상(Illusion of Control)'이 강하게 작동한다. 실제로는 무작위 결과물인 도박을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 가능한 승부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리피스 소장의 2021년 연구에서 현역 프로 선수 가운데 문제성 도박 경험 비율은 일반 성인의 2.3배에 달했다. 은퇴 후에는 그 수치가 더 높아졌다. 승부에 최적화된 뇌가 승부가 사라진 일상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끊으려 했지만 못 끊었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도박 중독을 단순히 의지력 부족의 문제로 본다. 하지만 국제중독학회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는 도박 장애를 알코올·약물 의존과 동일한 신경생물학적 중독으로 분류한다. 전전두엽 피질, 즉 충동을 억제하고 장기적 결과를 판단하는 뇌 영역의 기능이 중독 상태에서는 실제로 저하된다.


임창용이 집행유예 이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재범으로 이어진 것은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라기보다, 이 신경학적 변화가 얼마나 깊숙이 새겨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도박 장애 치료에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반드시 뇌의 보상 회로를 재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이 정도면 끊을 수 있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중독 치료에서 과신은 재발의 가장 흔한 전조 신호다. 혹시 주변에서 '딱 한 번만 더'를 반복하는 사람을 본다면, 의지 부족을 탓하기 전에 전문 상담을 권유해 보는 것이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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