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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스마트폰을 수거함에 넣는다. 수업 내내 손이 허전하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는 게 어색하다. 요즘 일부 학교에서 시행 중인 '스마트폰 없는 학교' 정책이 아이들 사이에서 적잖은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청소년 소셜미디어 가입 제한과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뜨겁다. 그런데 여기서 정작 중요한 질문 하나가 빠져 있다. 스마트폰을 빼앗긴 아이의 뇌와 마음에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마트폰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과학의 문제다.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저서 '도파민 네이션'에서 소셜미디어와 숏폼 영상이 뇌의 보상회로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알림 하나, 좋아요 하나가 도파민을 분출시키고, 뇌는 그 자극을 또 찾아 나선다.
문제는 청소년의 뇌가 성인보다 이 자극에 훨씬 취약하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전전두엽은 25세까지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 충동을 조절하고 만족을 미루는 능력 자체가 아직 '공사 중'인 상태인 것이다.
2023년 발표된 미국 심리학회(APA) 보고서는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우울과 불안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경고했다. 숫자가 설명하는 현실은 냉정하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단순히 금지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심리학은 '아니오'라고 답한다. 잭 브렘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심리적 반발 이론(Reactance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느낄 때 오히려 그 대상을 더 강렬하게 원하게 된다. 금지된 것일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런던정경대(LSE) 연구팀이 2023년 유럽 15개국 중학교 127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한 학교의 학생들은 방과 후 오히려 더 오래 화면을 들여다보는 '반등 효과'를 보였다. 억누른 욕구가 수업 끝나는 순간 한꺼번에 터지는 셈이다.
물론 같은 연구에서 금지 정책이 학업 집중도와 수면의 질을 단기적으로 높인다는 긍정적 결과도 나왔다. 하위 성취 학생군에서는 학업 성취도가 평균 6.4% 향상됐다. 금지의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전부도 아니라는 의미다.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히 '중독'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불안 세대'에서 스마트폰 과의존의 근본 원인으로 또래 관계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꼽았다. 단톡방에서 빠지면 내가 왕따가 된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친구들끼리 나 빼고 뭔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공포가 손을 화면으로 이끈다.
전문가들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고 부르는 이 심리는 특히 12세에서 16세 사이 청소년에게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 소속감과 또래 수용에 대한 욕구가 생애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빼앗는다는 건 아이에게 자칫 '사회에서 연결을 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단순 금지보다 '대체 연결'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학교 내에서 화면 없이 또래와 깊이 연결될 수 있는 경험, 즉 체육 활동이나 협동 프로젝트, 자유로운 쉬는 시간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자기조절력'이다. 강제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화면과 거리를 두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발달심리학과 피터 나탈리 교수 연구팀은 2022년 부모와 함께 미디어 사용 규칙을 '협의'한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금지 명령을 받은 아이들보다 3개월 후 자발적 사용 시간이 평균 31.7% 적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오늘 저녁,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 없이 밥상에 앉아 보는 것은 어떨까. 규칙을 선언하기 전에 '오늘 어땠어?'라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강력한 디지털 디톡스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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