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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아이가 두 살이 되기도 전부터 주변 엄마들의 단톡방에는 알림이 쏟아진다. '우리 애 벌써 알파벳 다 뗐어요', '영어 유치원 입학 설명회 예약했어요'. 한숨을 쉬면서도 손은 어느새 파닉스 과외 후기 블로그를 뒤지고 있다.
영유아 사교육을 둘러싼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육아정책연구소와 함께 발간한 육아정책포럼에 따르면, 영유아 사교육이 장기적인 학습 효과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조기 교육이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 비교 이론'으로 설명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레온 페스팅거 교수가 1954년 제시한 사회 비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의견을 평가할 때 객관적 기준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에 훨씬 더 강하게 의존한다. 아이의 발달 수준을 절대적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톡방 속 옆집 아이와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라는 역할은 이 비교 본능을 극도로 증폭시킨다. 내 아이의 미래가 내 선택에 달려 있다는 책임감이 더해지면, 작은 정보 하나도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예방 초점 동기'라고 부른다. 손해를 피하려는 심리가 이득을 추구하려는 심리보다 훨씬 강하게 행동을 이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팀이 2022년 부모 8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67.3%가 사교육 결정의 주된 이유로 '효과가 있어서'보다 '안 시키면 뒤처질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불안이 교육 선택의 실질적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단톡방과 SNS는 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매개체다. 영국 런던정경대학교(LSE) 사회심리학과 대니얼 밀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육아 관련 정보를 하루 1시간 이상 소비하는 부모는 그렇지 않은 부모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평균 41% 더 높게 나타났다. 더 많이 볼수록 더 불안해지는 구조다.
문제는 SNS에 올라오는 정보가 철저히 '선택된 성공 사례'라는 점이다. 파닉스를 일찍 시작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아이의 영상은 바이럴되지만, 조기 교육 스트레스로 학습 거부 반응을 보이는 아이의 이야기는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우리 뇌는 이 편향된 정보를 '현실의 전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일수록 더 흔하고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현상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1200명 중 SNS에서 육아·교육 정보를 매일 확인하는 비율이 58.4%에 달했으며, 이 집단에서 사교육 지출 의향이 그렇지 않은 집단 대비 2.1배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조기 사교육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다니엘 윌링엄 교수는 수십 년간 학습 과학을 연구한 결과, 언어 습득이나 인지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지만, 그 시기의 핵심은 교사가 가르치는 구조적 학습이 아니라 '풍부한 상호작용과 놀이'라고 강조한다. 플래시카드와 파닉스 워크북보다 부모와 나누는 대화와 그림책 읽기가 언어 발달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조기 집중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1~2학년에서는 또래보다 앞섰지만, 3~4학년이 되면 그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학자들은 이를 '페이드아웃 효과'라고 부른다. 일찍 달리기 시작했다고 해서 완주를 먼저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도 이번 포럼에서 동일한 경고를 담았다. 36개월 미만 영아에게 구조화된 학습을 강요하면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고, 자율적 탐색 능력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뇌 발달의 관점에서도, 이 시기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애착 관계와 자유로운 놀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불안을 느끼는 것'과 '불안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케빈 오크스너 교수는 감정 재평가 훈련, 즉 불안한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아이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 대신, '지금 아이는 이 나이에 맞는 것들을 배우고 있다'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다.
단톡방 알림을 하루에 한 번만 확인하거나, 육아 SNS 계정의 알림을 끄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한 작은 경계를 만드는 일이다. 오늘 저녁, 스마트폰 대신 아이와 딱 10분간 그림책 한 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 10분이 파닉스 30분 과외보다 아이의 뇌에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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