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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게임에서 지자마자 컨트롤러를 집어 던지던 어릴 적 기억이 있는가. 혹은 보드게임에서 한 수 잘못 두었다고 판을 엎어버리던 친구를 본 적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 패배 앞에서 이성이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지난 27일 중국 국가청소년대표 탁구 선발전 장쑤성 예선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14세 유망주 차오옌하오가 0대11로 완패한 직후 악수를 청하러 다가온 상대 선수 허루이천을 폭행한 것이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차오옌하오는 이 사건으로 1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단순한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이 장면은 인간의 뇌가 패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뇌는 패배를 단순한 '결과'로 처리하지 않는다. 클라우스 람프 독일 본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팀이 2019년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경쟁에서 패배하는 순간 뇌의 편도체가 즉각적으로 활성화되며 공격적 충동을 담당하는 영역에 강한 신호를 보낸다. 이 반응은 0.2초 이내에 일어나며, 전두엽이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감정이 먼저 치솟는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전두엽 피질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이 충동 조절 능력이 성인보다 현저히 낮다.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인지신경과학과 교수는 청소년의 뇌가 보상과 위협에 성인보다 2.5배 강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14세 차오옌하오가 보인 극단적 행동은 미성숙한 뇌가 극한의 패배감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여기에 '자기 위협 효과'가 더해진다. 선발전이라는 무대에서 0대11이라는 처참한 점수로 진다는 것은, 단순히 게임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로 뇌가 해석한다. 이때 뇌는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로 분노를 돌리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차오옌하오 사건이 유독 가슴에 걸리는 이유는 그가 중국 탁구 엘리트 시스템에서 길러진 유망주라는 점이다. 앤젤라 더크워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릿 연구를 통해 고강도 엘리트 훈련 환경이 승리에 대한 집착과 패배 회피 성향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엘리트 스포츠 선수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어린 나이부터 국가 대표급 훈련을 받은 선수의 61.3%가 패배 후 심각한 자기 비하나 공격적 감정 반응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른바 '패배 불내성'이다. 이기는 훈련은 수천 시간 받았지만, 지는 것을 품위 있게 받아들이는 훈련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이다. 클로드 스틸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제시한 '스테레오타입 위협 이론'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탁구 최강국'이라는 집단 정체성이 강할수록 패배가 개인의 정체성 전체를 무너뜨리는 위협으로 느껴진다. 탁구 종주국 중국에서 태어나 엘리트로 키워진 소년에게 0대11 완패는 그야말로 정체성 붕괴에 가까운 충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폭력을 정당화하진 않는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해하지 않으면, 징계만으로는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없다.
좋은 소식은, 패배를 견디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된다는 점이다. 캐럴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성장 마인드셋' 개념이 핵심이다. 드웩 교수팀이 초등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결과'를 칭찬받은 아이들은 실패 후 포기 비율이 67%에 달했지만 '과정과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같은 실패 앞에서 오히려 더 집요하게 도전하는 비율이 72%에 달했다. 패배를 '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아직 배우는 중'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루틴 리셋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패배 직후 심호흡 세 번,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편도체 활성화를 억제하고 전두엽의 통제 기능을 되찾는 데 평균 17초가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실점 후 반드시 특정 몸짓을 반복하는 것은 습관이 아니라 과학적 감정 조절 전략인 셈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지고 분해하며 돌아왔을 때 '왜 그것도 못 이겼어'라는 말 대신 '많이 속상했겠다, 어떤 장면이 가장 아쉬웠어?'라고 묻는 어른 한 명이 필요하다. 패배를 해석하는 언어를 가르쳐주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이다.
차오옌하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면, 한번 돌아봐도 좋다. 경쟁에서 졌을 때 며칠씩 그 장면이 머릿속을 맴돈다,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 자신의 반성보다 먼저 든다, 혹은 게임에서 진 날 주변 사람에게 괜히 짜증을 낸다 등의 패턴이 반복된다면 패배 불내성이 높은 편이다. 이는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뇌가 위협에 반응하는 방식이 과도하게 훈련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작은 패배 노출 훈련'을 권한다. 의도적으로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과 게임을 하고, 지는 경험을 쌓고, 그 감정을 일기에 써보는 것이다. 패배를 직면할수록 뇌는 점차 그 자극에 둔감해지고, 감정 조절 능력이 강화된다. 리처드 데이비슨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과 및 정신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 훈련을 8주간 지속한 성인 집단은 패배 후 편도체 반응 강도가 평균 38.4% 감소했다.
오늘 아이가 시합에서 지고 왔다면, 혹은 스스로 무언가에 실패해 기분이 바닥이라면, 결과보다 감정을 먼저 꺼내 보자. '많이 힘들었겠다'는 말 한마디가 뇌가 패배를 안전하게 처리하도록 돕는 가장 작고 강력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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