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장에도 ‘팔자‘…겁에 질린 개미들, 뇌가 보내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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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장에도 '팔자'…겁에 질린 개미들, 뇌가 보내는 신호였다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폭등장에도 '팔자'…겁에 질린 개미들, 뇌가 보내는 신호였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았다. 올라도 팔고, 내려도 팔았다. 주변에선 '지금이 기회'라고 했지만 손이 먼저 매도 버튼을 눌렀다. 나만 이런 건 아닌가?


사실 이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한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아주 정교한 심리 반응이다. 최근 증시 급등락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보이는 행동을 심리학 렌즈로 들여다보면, 놀라울 만큼 일관된 패턴이 보인다.



손실 공포가 이익 기쁨을 이긴다: 뇌는 원래 불공평하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1979년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은 같은 크기의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약 2.5배 강하다는 것이다. 1만 원을 잃었을 때의 괴로움을 상쇄하려면, 2만 5000원을 벌어야 겨우 본전 감정이 된다는 뜻이다.


이 원리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고 부른다. 최근 38일 만에 코스피가 39% 가까이 폭락하는 경험을 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 편향은 더욱 극단적으로 작동한다. 계좌가 반 토막 나는 고통을 겪은 뇌는 반등 상승분을 '이익'으로 인식하기 전에, 먼저 '또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음을 울린다.


카너먼 교수팀의 연구에서 손실 공포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이후 합리적인 수익 구간에서도 매도 결정을 평균 40% 더 빠르게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등장에서도 팔고 싶어지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뇌의 생존 본능이다.



FOMO와 FOMU의 충돌: 올라타고 싶지만 또 다칠까 두렵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사람 안에서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충돌한다는 것이다. 증시가 급반등하면 '저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나만 손해'라는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공포)가 치솟는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잘못 들어갔다가 또 물리면 어떡하지'라는 FOMU(Fear Of Messing Up, 실패 공포)가 FOMO를 붙잡아 끌어내린다.


브래드 클론츠 미국 네브래스카대 재무심리학과 교수는 2022년 발표한 논문에서 투자자의 62.3%가 큰 손실 경험 이후 상승장에서도 뚜렷한 의사결정 마비 상태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투자자 트라우마 반응'으로 분류하며, 이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논리가 아닌 공포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상한가에도 눈물이 난다', '올랐는데 왜 팔고 싶지'라는 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이상한 게 아니다. 뇌가 '위험 상황 종료'를 아직 선언하지 않은 것뿐이다.



군중심리와 앵커링 효과: 숫자 하나가 판단을 망가뜨린다


개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심리 장치가 있다. 바로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다. 사람은 처음 접한 숫자를 기준점으로 삼아 이후 판단을 왜곡한다. 코스피 2700 시절에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현재 지수는 '손실'로 각인돼 있고, 반등이 와도 '아직 본전이 아니다'는 앵커가 매도를 막거나, 반대로 '이 정도면 뭐라도 건지자'며 서둘러 팔게 만든다.


탈리 샤롯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인지신경과학과 교수는 2011년 성인 투자자 85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초기 손실을 경험한 집단이 이후 동일한 수익 정보를 받았을 때 낙관적 해석 비율이 33.1%에 불과했던 반면, 손실 경험이 없는 집단은 71.8%가 수익 신호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같은 정보도 경험이 필터링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군중심리까지 더해진다. 주변에서 다들 판다고 하면, 이유를 모르더라도 파는 게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만 모르는 악재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합리적 판단보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지금 내 감정을 알아채는 것이 첫 번째 투자 전략


심리학자들은 투자 실패의 상당 부분이 정보 부족이 아니라 감정 인식 실패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클론츠 교수는 매매 결정을 내리기 전 '나는 지금 공포로 판단하고 있는가, 논리로 판단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만으로도 충동적 매도를 51.8%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지금 계좌를 보는 게 두렵다면, 그 두려움을 먼저 인정해 보자. '나는 지금 손실 회피 편향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한 문장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극도로 흔들리는 시장에서 가장 든든한 투자 파트너는 정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심리를 아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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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01 07: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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