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연예인 관련 폭로 기사가 뜨면, 읽지 않으려 해도 손이 먼저 움직인다. 댓글창을 훑고, 관련 기사를 또 클릭하고,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 있다. 나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최근 유명 배우의 사생활 폭로와 법적 공방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흥미로운 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 즉 구경하는 대중의 심리다. 왜 우리는 타인의 추락을 이토록 강렬하게 소비하는 걸까.
심리학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개념이 있다. 타인의 불행에서 은밀한 즐거움을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평소 우러러보던 사람이 추락할 때 이 감정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리처드 스미스 미국 켄터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2009년 성인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61.3%가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실패할 때 심리적 안도감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뇌과학적으로도 이 현상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 마사히코 이노우에 박사팀이 200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우월한 타인이 실패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 즉 보상 회로가 활성화된다. 쉽게 말해 뇌는 타인의 추락을 일종의 '보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감정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스미스 교수는 샤덴프로이데를 인간 진화의 산물로 설명한다. 집단 내 위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회복하려는 본능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감정이 온라인이라는 증폭 장치를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이다.
폭로 기사 댓글창을 보면 한 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사실 확인을 요구하다가, 어느 순간 일방적인 심판으로 돌변한다. 이는 심리학에서 '도덕적 허가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로 설명된다. 평소 자신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이라고 여길수록, 타인을 심판하는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심리 현상이다.
베노이트 모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2001년부터 진행한 일련의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자신을 도덕적이라 여기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윤리적 실패에 더욱 가혹한 반응을 보였으며, 이 경향은 익명 환경에서 무려 42% 더 강하게 나타났다. 온라인 댓글창이 바로 그 익명 환경이다.
여기에 '제3자 효과(Third-Person Effect)'도 겹친다. 나는 미디어에 흔들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받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신을 기준점으로 삼아 타인을 판단하는 이 편향이, 연예인 스캔들 앞에서 우리를 너무도 쉽게 심판자 자리에 앉힌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실제로 만난 적 없지만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뇌는 그 인물을 실제 지인처럼 처리하기 시작한다.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왈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이 1956년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2022년 미국 채프먼대학교 심리학과 데이비드 그리에고 교수팀이 성인 1,247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파라소셜 관계의 강도가 높을수록 해당 유명인의 스캔들에 대한 정서적 반응 강도도 비례해 증가했다. 배신감, 분노, 실망 등의 감정이 실제 지인에게 느끼는 수준과 거의 같았다. 우리가 스타의 추락에 그토록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관음 심리도 빠질 수 없다. 타인의 비공개 영역을 훔쳐보는 듯한 쾌감은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폭로 콘텐츠는 이 욕구를 합법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 창구가 우리의 공감 능력을 서서히 마모시킨다는 점이다.
스캔들 기사를 한참 파고들고 나면 묘한 공허함이 밀려온다. 이 감각을 경험해본 적 있다면, 그건 당신 뇌가 보내는 신호다.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터넷연구소 교수가 2019년 발표한 연구에서, 스캔들이나 갈등 중심의 미디어를 60분 이상 소비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이후 주관적 행복감이 평균 23.4% 낮게 측정됐다. 뇌는 짧은 쾌감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정서적 에너지를 소진한 것이다.
게다가 폭로 콘텐츠 소비는 '도덕적 분노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노 감정이 도파민 분비와 연결되면서 자꾸 새로운 분노 자극을 찾게 만드는 악순환이다. 노스이스턴대학교 데이비드 드스테노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도덕적 분노가 자기 정당화라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끊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늘 연예인 폭로 기사 앞에서 손가락이 멈추지 않는다면, 잠깐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내가 진짜 알고 싶은 게 저 사람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무언가인가'라고. 클릭 한 번을 아끼는 것이 타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 정서적 에너지를 지키는 가장 작은 선택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