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매수 버튼을 눌렀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분명히 오를 것 같았다. 뉴스도 좋았고, 주변에서도 다들 샀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화면 속 숫자는 빨간색이다. -20%, -30%.
팔아야 할까. 그런데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르겠지.' 이 말을 수십 번 되뇌며 오늘도 차트를 들여다본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의 문제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와 아모스 트버스키 교수는 1979년 발표한 '전망 이론'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인간은 같은 금액의 이익을 얻을 때보다 손실을 입을 때 약 2.5배 더 강한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10만 원을 버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는 아픔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이 비대칭이 투자자를 함정에 빠뜨린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된다. 뇌는 그 확정의 순간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팔지 않으면 아직 손실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본능이 냉정한 판단을 마비시킨다는 데 있다.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근거는 없어도, 팔지 않으면 언젠간 오를 것이라는 희망만으로 버티게 만든다. 그리고 그 버팀이 손실을 더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최근 동아일보와 각종 매체가 주목한 '금융 예능' 열풍은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이다. 방송인 홍진경이 고점에 물린 주식 이야기를 털어놓고, 개그맨 김원훈이 차 값을 날린 투자 실패담을 공개하자 수많은 시청자가 공감을 쏟아냈다. 넷플릭스 예능 '개미 김원훈: 주식의 세계'가 화제를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와 '정상화 효과'로 설명한다. 나만 손해를 본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수치심과 자책감이 완화된다. 마르가레트 클라크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에 속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31%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감이 반드시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들 그렇구나' 하는 안도감이 비합리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함께 버티는 것이 옳다는 집단적 착각, 이것이 또 다른 함정이다.
손실을 피하려는 본능과 함께 투자자를 옭아매는 또 다른 심리가 있다.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행동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윌리엄 새뮤얼슨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리처드 제크하우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1988년 발표한 연구에서 처음 명명된 개념으로, 사람들은 변화 자체를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반 토막 난 종목을 지켜보면서도 '팔면 손해'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편향이다. 매도라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심리적 손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38일 만에 39%가량 급락했던 최근 상황에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공황 속에서도 매도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은 이 심리의 전형적인 발현이었다.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두고 '정신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돈을 잃었더라도 매도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아직 내 돈'으로 분류한다. 계좌 속 숫자는 줄었지만, 마음속 장부에는 여전히 원금이 찍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심리적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전 결정(pre-commitment)'을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꼽는다. 매수 전에 이미 손절 기준과 목표 수익률을 정해두고, 그 숫자에 도달하면 감정 개입 없이 실행하는 방식이다. 아직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손실 회피 본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또한 투자 결과를 타인과 비교하거나 SNS에서 확인하는 습관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사회적 비교는 비합리적 위험 감수 행동을 평균 4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보는 것이 오히려 나의 판단력을 흐린다.
오늘 당장 계좌를 열어 보기 전에, 한 가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이 종목을 처음 본다면, 이 가격에 살 것인가?' 아니라는 답이 나온다면, 그것이 이미 뇌가 알고 있는 신호다. 감정이 아닌 기준이 당신의 자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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