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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태국의 한 학교에서 14살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에도 17살 학생이 교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불과 반년 사이에 반복된 이 비극 앞에서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아이가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이 질문은 단순한 탄식이 아니다. 아직 뇌가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이 극단적인 폭력을 택하는 데는 반드시 심리학적 맥락이 있다. 분노, 수치심, 소외감이 어떻게 한 아이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는지,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들여다봤다.
사라 존슨 미국 템플대학교 발달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 뇌의 전전두엽 피질은 25세가 되어서야 완전히 성숙한다. 이 부위는 충동 조절, 결과 예측, 공감 능력을 담당한다. 청소년은 구조적으로 '브레이크 없이 엔진만 달린 차'와 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반면 감정과 보상을 처리하는 편도체와 변연계는 이미 성인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극심한 수치심이나 분노를 느낄 때 청소년의 뇌는 성인보다 훨씬 강렬하게 반응하지만, 그 감정을 억제하는 능력은 아직 미숙한 셈이다. 감정의 폭풍이 몰아칠 때 버텨낼 내면의 구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2022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가 청소년 1,2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뇌 영상 연구에서도 학교 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전전두엽 활성도가 평균 대비 31.4% 낮게 나타났다. 충동적 행동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제임스 길리건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30년간 교도소 수감자를 연구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모든 폭력의 근저에는 수치심이 있다.' 폭력은 수치심을 지우기 위한, 혹은 굴욕에 대한 복수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의 저서 '폭력'에서 길리건 교수는 가해자의 공통점으로 '자신이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졌다'는 경험을 꼽는다.
청소년 폭력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굴욕'이다. 또래에게 지속적으로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기 존재가 부정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존재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고 부른다. 이 위협이 임계점을 넘으면 어떤 아이들은 외부를 향해 폭발하고, 어떤 아이들은 자신을 향해 폭발한다.
2019년 미국에서 1999년 이후 발생한 학교 총기 난사 사건 63건을 분석한 연구에서 가해 학생의 87%가 사건 이전 6개월 이내에 심각한 따돌림이나 공개적 굴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고통의 끝에서 터져 나온다.
빈도 라흐만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팀이 2023년 동남아시아 청소년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사회적 고립 수준이 높은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폭력적 공상을 경험하는 비율이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되지 못한 외로움이 내면에 독을 키운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디어와 SNS를 통한 모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의 폭력 버전으로 설명한다. 한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 유사한 상황에 놓인 취약한 청소년이 이를 일종의 '출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반년 사이에 두 건의 학교 총기 사건이 발생한 것도 이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다행히도 반대 효과도 존재한다. 같은 연구에서 학교 내에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고 느낀 청소년은 폭력 위험 행동 비율이 58.3% 낮았다. 아이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결국 '연결'이었다.
전문가들은 폭력적 사건 이전에 아이들이 대부분 신호를 보낸다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 오랜 친구 관계의 단절,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 극단적 콘텐츠에 대한 집착 등이 대표적인 징후다. 문제는 이 신호들이 '사춘기라서 그러겠지'라는 말 뒤에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주변 아이가 유독 말이 없어지거나 학교 이야기를 완전히 끊었다면, 혹은 친구가 없어 보인다면 오늘 잠깐 옆에 앉아볼 것을 권한다. '요즘 어때?'라는 한 마디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 마디가 아이에게는 '나는 보이는 존재다'라는 확인이 된다. 연결이 끊기기 전에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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