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씩 음주운전 해도 또 한다…‘나는 괜찮다‘는 착각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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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씩 음주운전 해도 또 한다…'나는 괜찮다'는 착각의 심리학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5번씩 음주운전 해도 또 한다…'나는 괜찮다'는 착각의 심리학


배우 손승원 씨가 다섯 번째 음주운전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세 번 처벌을 받고도 강변북로를 역주행했고, 그 이후에도 또 음주운전을 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처벌을 받았고, 사회적 비난도 받았다. 그런데도 멈추지 못했다. 단순히 의지가 약한 것일까, 아니면 뇌 안에서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낙관 편향: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뇌의 자기기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낙관 편향(optimism bias)'으로 설명한다. 탈리 샤롯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인지신경과학과 교수는 2011년 연구에서 인간의 뇌가 부정적인 미래 정보를 처리할 때 긍정적인 정보보다 약 79% 낮은 신경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쉽게 말해 '나쁜 일은 남에게 일어나고,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믿도록 뇌가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상습 재범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번에도 사고 없이 집에 왔는걸'이라는 기억이 '이번에도 괜찮겠지'라는 확신으로 굳어진다. 처벌을 받은 경험조차 '그건 재수가 없어서'로 해석하고, 자신의 운전 실력은 과대평가하는 방향으로 기억이 재편된다. 이미 처벌을 받은 상황에서도 이 편향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반복이 만든 둔감화: 처벌도 익숙해진다


한 번의 음주운전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다섯 번이 되는 과정에는 뇌의 '습관 회로'가 깊이 개입한다. 앤 그레이비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뇌인지과학과 석좌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행동이 반복될수록 대뇌 기저핵에 자동화된 루틴이 형성되고, 전두엽의 판단 기능이 점점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내적 경보가 울리지만, 반복될수록 그 경보 자체가 약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처벌 둔감화'도 작용한다.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내고 면허가 취소되는 경험이 쌓이면, 그 불쾌함에 대한 감각 자체가 무뎌진다. 처음 벌금을 낼 때의 충격과 다섯 번째 벌금의 충격은 심리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 둔감화(habituation)'라고 부른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꾸준히 40%를 넘어선다. 처벌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는 증거다. 법적 제재가 강해지더라도 이 심리적 메커니즘이 변하지 않으면 행동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기 통제력의 함정: 알코올이 판단 회로를 끄는 방식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기 전에 결심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바로 이 질문이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다. 알코올은 전두엽, 특히 충동 억제와 결과 예측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 기능을 직접 억제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8%만 되어도 위험 인식 능력이 정상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할지 결심하는 것'은 판단력이 이미 손상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브렌트 로버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충동 통제가 어려운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알코올 섭취 후 위험 행동 가능성이 비충동적인 사람에 비해 2.3배 높았다. 음주운전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예방의 핵심은 '마시기 전 단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술을 마신 뒤에 '운전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전략이다. 음주 전에 대리운전을 예약하거나 차를 아예 가져오지 않는 등의 환경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적 명성이 오히려 방패가 된다: 지위 편향의 역설


유명 배우, 운동선수, 방송인들이 음주운전으로 반복해서 걸리는 뉴스를 보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까. 여기서 '지위 편향(status bias)'이 작동한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일수록 '내가 이렇게 될 리 없다'는 자기 예외화 심리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여러 사회심리학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실제로 미국 버클리대학교 심리학과 다처 켈트너 교수 연구팀이 2012년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지위가 자신을 규칙 바깥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당신 주변에도 '그 정도는 괜찮아'라며 판단을 미루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작은 위험을 반복해서 넘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뇌는 그것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 내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오늘 술자리 전에 딱 한 가지만 먼저 해두는 것은 어떨까. 대리운전 앱을 미리 켜두는 것, 그 작은 행동이 뇌의 낙관 편향을 이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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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4 06: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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