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히 알면서 왜 안 말렸을까"… 스캠 범죄 피해자가 스스로를 탓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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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뻔히 알면서 왜 안 말렸을까"… 스캠 범죄 피해자가 스스로를 탓하는 이유


뉴스에서 스캠 범죄 피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저걸 왜 몰랐을까?' 혹은 '나라면 절대 안 당했을 텐데.' 그런데 그 확신,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캄보디아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 이후 초국가 스캠 범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음에도, 피해자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규모 스캠 단지가 주택가 소규모 사무실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왜 사람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덫에 걸리는 걸까. 심리학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낙관 편향: '나쁜 일은 남에게만 생긴다'는 착각


스캠 범죄의 첫 번째 심리적 함정은 '낙관 편향(optimism bias)'이다. 닐 와인스타인 미국 럿거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이 타인보다 좋은 일을 겪을 가능성은 과대평가하고, 나쁜 일을 겪을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그런 일은 나한테는 안 생긴다'는 믿음이 뇌 깊숙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영국 배스대 연구팀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의 약 74%가 사기 피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평균 이하'라고 답했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결과다. 모두가 평균 이하일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


이 편향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라고 물어도, '내가 판단할 수 있어'라는 자기 확신이 브레이크를 밟는다. 스캠 조직은 바로 이 심리를 정밀하게 공략한다.



매몰비용의 덫: 이미 빠진 사람이 더 깊이 빠지는 이유


한 번 미끼를 문 피해자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도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바로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이미 투자한 시간·돈·감정이 아까워서 손실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계속 투자를 감행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는 카너먼이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데 핵심 근거가 됐다.


스캠 조직이 처음에 소액의 수익을 실제로 지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그 버처링(pig butchering)' 수법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피해자를 살 찌우듯 신뢰를 쌓은 뒤 한꺼번에 도살하는 구조다. 처음에 몇 만 원, 몇 십 만 원을 실제로 벌게 해주면 피해자는 '이건 진짜다'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쌓인 신뢰와 수익 경험이 훗날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넣게 만드는 심리적 기반이 된다.


이미 돈을 넣은 뒤에는 손실을 확정짓기 싫은 마음이 강해진다. '조금만 더 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넣는다. 스캠 조직은 이 심리를 너무도 잘 안다.



사회적 증거 효과: 주변이 다 하면 나도 안심하게 된다


스캠 피해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혼자 당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효과 때문이다.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며 안도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도 다 하고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논리다.


스캠 조직은 가짜 수익 인증샷, 허위 후기,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내부 조직원을 통해 '모두가 돈 버는 공간'이라는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만든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단체방에 수십 명이 동시에 수익 인증을 올리는 장면을 보면, 뇌는 자동으로 '여기는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의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특히 지인을 통한 유입이 가장 위험하다. 2023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 사기 피해자의 약 61.3%가 지인 소개로 처음 접촉했다고 답했다. 믿는 사람이 소개해 줬다는 사실 자체가 뇌의 경계 시스템을 무너뜨린다.



피해자를 두 번 무너뜨리는 자기 귀인: '내가 멍청한 건가'


피해를 당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신고보다 침묵을 선택한다. '내가 어리석어서 당한 것 같아서' 혹은 '사람들이 비웃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심리학에서 '자기 귀인 오류(self-attribution bias)'라고 부른다. 외부의 정교한 조작을 자신의 무능함으로 돌리는 것이다. 바버라 탬블링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기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가해자처럼 느끼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 수치심이 신고를 막고, 신고 부재가 다시 범죄 조직에게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 시간을 준다. 악순환이다. 스캠 범죄는 단순히 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자존감과 판단력에 대한 신뢰까지 앗아간다.


만약 주변에 스캠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다면, '왜 그걸 몰랐어?'라는 말은 삼가자. 그들은 어리석어서 당한 게 아니다. 인간 심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을 정밀하게 이용한 범죄 조직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신고센터(1332)나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에 신고하는 것, 그 첫걸음이 자신을 되찾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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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4 06: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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