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감옥, 하루 20건 폭행…‘과밀수용‘이 사람을 바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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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감옥, 하루 20건 폭행…'과밀수용'이 사람을 바꾸는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비좁은 감옥, 하루 20건 폭행…'과밀수용'이 사람을 바꾸는 이유


잠깐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내 방 크기의 공간에 내가 아닌 사람이 한 명씩, 두 명씩 더 들어온다. 숨이 막힌다. 어깨가 닿는다. 도망갈 곳이 없다. 이 상태가 하루가 아니라 몇 달, 몇 년 계속된다면 우리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최근 교정시설 내 수용자 간 폭행 사건이 하루 평균 20건꼴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나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심리학은 이 현상에 훨씬 더 근본적인 답을 내놓는다.



공간이 줄어들면 공격성은 늘어난다: '밀도 스트레스'의 실체


1962년 미국의 동물행동학자 존 B. 칼훈은 쥐를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충분한 먹이와 물이 공급되는 환경에서도 밀도가 높아지자 쥐들은 집단 폭력, 모성 포기, 심지어 서로를 잡아먹는 행동까지 보였다. 칼훈은 이 현상을 '행동 싱크(behavioral sink)'라고 불렀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폴 폴 미국 일리노이대 환경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인당 점유 공간이 줄어들수록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역치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쉽게 말해, 좁은 공간은 뇌를 항상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은 바로 이 원리가 극단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이다. 칼 빠져나갈 공간도, 혼자 있을 시간도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사람의 신경계는 만성적인 전투 태세를 유지하게 된다. 하루 20건의 폭행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통제력 상실이 부르는 것: '학습된 무기력'과 '지배 욕구'의 충돌


과밀수용 공간에서 수용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마틴 셀리그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시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반복적으로 경험한 개인은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모두가 무기력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반응한다. 잃어버린 통제감을 다른 방식으로 되찾으려는 것이다. 약한 수용자를 향한 폭력, 위계 질서를 통한 지배가 바로 그 대체 수단이 된다. 좁은 공간 안에서 '내가 이 방의 주인'임을 증명하려는 심리적 몸부림인 셈이다.


2001년 필립 짐바르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진행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교도관 역할을 맡자 단 6일 만에 수용자를 향한 가혹 행위를 시작했다. 환경이 사람을 바꾼 것이다. 실험은 윤리적 문제로 조기 중단됐지만, 그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교정의 역설: 고치러 보낸 곳에서 더 망가진다


교정시설의 본래 목적은 범죄자를 '교정'해 사회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과밀수용 환경은 이 목적과 정반대로 작동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폭력에 노출된 수용자들은 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되고,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감옥에 들어오기 전보다 오히려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수잔 코비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과밀수용 교정시설 출소자는 일반 시설 출소자보다 재범률이 31% 높았고, 우울장애 발병률은 2.4배에 달했다. 수용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결국 과밀수용은 피해자가 수용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위험해진 상태로 출소한 이들이 다시 우리 사회 어딘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숫자 뒤의 사람들: 우리가 외면하는 질문


하루 20건의 폭행이라는 숫자는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잠을 자다 옆 사람의 팔꿈치에 맞아 잠이 깨고, 화장실을 갈 때조차 다른 이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인간은 최소한의 공간과 자율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인간답게 행동한다고.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가 '범죄자도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 있어야 덜 위험해진다'는 역설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다. 오늘 잠깐이라도 이 문제를 떠올렸다면, 교정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결국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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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5 0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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