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손실이 났다는 걸 안다. 더 버텨봤자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안다. 그런데 손이 팔리지 않는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를 것 같은' 그 느낌, 한 번이라도 주식을 해봤다면 누구나 알 것이다.
최근 청년 투자자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현상이 번지고 있다. 적금을 깨는 것은 물론, 부모의 퇴직금까지 끌어다 주식에 넣는 20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투자 욕심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이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 약 2.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른바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다. 주식을 팔아 손실을 확정 짓는 순간, 뇌는 그것을 실제 고통으로 처리한다. 그러니 팔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편향이 비합리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손실을 눈앞에 두면 인간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본전만 찾으면 끝낸다'는 생각으로 추가 매수를 결정하고, 결국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국내 청년 투자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 손실 이후에도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 '회복 기대감'을 꼽은 응답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회복 기대감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 기대가 심리적 편향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지는 것이 문제다.
청년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셜미디어다. SNS에는 주식으로 수익을 올렸다는 인증샷이 넘쳐난다. 반면 손실 인증은 거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공유하고, 불리한 정보는 숨긴다.
이 환경에 반복 노출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나만 못 버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영국 에식스대 심리학과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교수 연구팀이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타인과의 비교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를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공포가 주식을 계속 붙들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특히 요즘 20대는 경제적 불안이 구조적으로 깊다. 취업난, 부동산 절망감, 물가 상승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주식은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지금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에는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라는 개념이 있다. 이미 쏟아부은 돈이 많을수록 '이 정도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수 없다'는 심리가 강해지는 현상이다. 미국 코넬대 경영심리학과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이 오류가 단순한 논리적 실수가 아니라 인간 뇌의 자동적 반응임을 수십 년에 걸친 연구로 밝혔다.
부모의 퇴직금까지 끌어다 투자하는 청년들의 행동은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손실이 나면 만회하기 위해 더 큰돈을 넣게 되고, 금액이 커질수록 빠져나오기가 심리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투자금이 클수록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세지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과정에서 도박 중독과 유사한 신경학적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과 민지 김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 손실 후 회복을 기대하는 뇌 상태는 도박 중독자의 뇌 활성화 패턴과 67.3%가 일치했다. 주식 앱을 하루에 수십 번 확인하는 행동도 이 맥락에서 보면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주식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무조건 '그냥 팔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리적 준비 없이 강제로 손실을 확정 짓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자기 혐오와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전문가들이 권하는 첫 번째 단계는 '인지 재구성'이다. 손실을 실패로 보지 않고 '시장을 배운 비용'으로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또한 투자 일지를 쓰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매수와 매도 결정을 내릴 때 그 이유를 글로 적어두면, 감정이 아닌 논리로 판단하는 훈련이 된다.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페네베이커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는 행위만으로도 충동적 의사결정 빈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오늘 당장 주식 앱을 열기 전에, 딱 한 줄만 써보는 건 어떨까. '나는 지금 왜 이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가.' 그 질문 하나가, 당신의 퇴직금과 부모님의 노후를 지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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