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리, 그 정도는 가능하지?"… AI 못 한다고 말 못 하는 직장인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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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박 대리, 그 정도는 가능하지?"… AI 못 한다고 말 못 하는 직장인의 심리


퇴근 후 유튜브를 켜고 바이브코딩 강의를 찾아보다 새벽 두 시가 된 적이 있는가. 회의 중 상사가 '요즘 AI 잘 쓰고 있지?'라고 물었을 때 선뜻 '아직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긴 적은? 직장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AI 공부에 뛰어들고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향후 바이브코딩을 시도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62.9%에 달했다. 이 숫자가 단순한 학습 열의를 반영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뒤처질 것 같은 공포: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배운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 공포와 연결 짓는다. 댄 허만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마케팅학과 교수가 처음 이름 붙인 이 개념은 원래 SNS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직장 내에서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나만 AI를 모르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학습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공포에서 비롯된 학습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 압력이 아닌 내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을 훨씬 오래,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밤새워 벼락치기로 익힌 기술이 금세 사라지는 것은 뇌의 탓이 아니라 동기의 탓이다.


직장인 박모 씨(34)는 '솔직히 AI가 뭔지 궁금해서 공부한 게 아니라, 팀장이 자꾸 언급하니까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두려움이 먼저이고 관심은 나중인 경우, 학습은 스트레스의 또 다른 이름이 될 뿐이다.



모른다고 말 못 하는 이유: 직장 내 '가면 증후군'의 심화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아임스가 1978년 처음 기술한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은 자신의 성취를 실력이 아닌 운이나 속임수로 돌리며 언젠가 무능함이 들킬 것이라 두려워하는 심리다. AI 전환기의 직장에서 이 증후군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것이 가면 증후군의 토양이 된다.


국제 컨설팅 기업 KPMG가 2020년 직장 여성 7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75%가 가면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나 직무가 요구될 때 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 AI라는 낯선 도구 앞에서 '나만 모르는 것 같다'는 착각이 직장인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이다.


'모른다'고 말하지 못하는 직장 문화도 문제다. 사회심리학자 어빙 고프만은 사람들이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를 한다고 설명했다. 무능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는 척하게 되고, 아는 척하다 보면 정작 제대로 배울 기회를 잃는다.



벼락치기의 역설: 뇌는 압박 속에서 덜 기억한다


마감 직전의 압박감이 집중력을 높인다는 믿음은 절반만 맞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 각성 수준을 높이지만, 장시간 지속되면 해마의 기능을 억제해 장기 기억 형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여러 신경과학 연구로 밝혀졌다. 브루스 맥퀸 미국 록펠러대 신경내분비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피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새로운 정보 습득 능력이 평균 23% 낮았다.


즉, 불안에 쫓겨 밤새워 AI 툴 사용법을 익혀도 실제 업무에서 제대로 써먹기 어렵다는 뜻이다. 뇌는 여유롭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 가장 잘 배운다. 학습에 있어서 심리적 안전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결국 조직 차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에이미 에드먼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개념처럼, 구성원이 모른다고 손 들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진짜 학습이 일어난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팀이 결국 더 빨리 배운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 '나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AI를 잘 모른다는 사실 자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수십 년간 연구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나는 아직 모른다'가 아니라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로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 뇌가 학습에 열리는 방향이 달라진다.


오늘 회의에서 AI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잘 모르겠다면, 용기 내어 '그 부분은 제가 더 알아볼게요'라고 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모른다는 고백이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학습의 시작임을 기억하자. 두려움 대신 호기심을 동력으로 삼을 때, 배움은 비로소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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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9 06: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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