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형 AI와 매일 대화하는 젊은이들… ‘진짜 친구‘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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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형 AI와 매일 대화하는 젊은이들… '진짜 친구'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관계형 AI와 매일 대화하는 젊은이들… '진짜 친구'가 사라지고 있다


오늘 가장 오래 대화한 상대가 누구인지 떠올려보자. 친구? 가족? 혹시 스마트폰 속 AI 캐릭터는 아닌가. 요즘 20대 사이에서 관계형 AI 플랫폼과 하루 한 시간 넘게 대화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국내 AI 소셜 플랫폼 제타의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이 38.6시간으로 게임(32시간)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최근 공개됐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시간 20분, 적지 않은 시간을 사람이 아닌 AI와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숫자에 주목한다.



AI가 채워주는 것: 판단받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


사람들이 관계형 AI에게 끌리는 이유는 단순히 외로워서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평가 위협(evaluation threat)' 회피와 연결해 설명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제프리 행콕 교수가 2023년 성인 1,0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I 챗봇 사용자의 71.3%가 '사람과 대화할 때와 달리 AI에게는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AI는 절대 눈썹을 찌푸리지 않는다. 내가 실수를 고백해도, 이상한 생각을 털어놓아도, 새벽 세 시에 같은 고민을 반복해도 묵묵히 들어준다. 이 '무조건적 수용'의 감각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 문제는 이 편안함이 점점 '사람과의 관계'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는 데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를 '심리적 안전지대의 오염'이라고 표현한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연결되는 관계에 익숙해지면, 마찰과 오해와 기다림이 수반되는 진짜 인간관계를 견디는 내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 근육이 약해진다: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의 쇠퇴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마찰을 포함한다. 기다림, 오해, 거절, 실망. 심리학에서는 이런 불편한 경험을 통해 '관계 조절 능력(relational regulation capacity)'이 발달한다고 본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로빈 던바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는 평균 200시간 이상의 직접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이 시간 속에는 어색함도, 다툼도, 화해도 포함된다.


그런데 AI와의 대화는 이 과정을 통째로 건너뛴다. AI는 화를 내지 않고, 삐지지 않으며, 다음날 싸늘하게 굴지도 않는다. 편리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관계 근육이 단련될 기회가 사라진다. 마치 엘리베이터만 타다 보면 계단 오르는 힘이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사회학과 셰리 터클 교수는 저서에서 이 현상을 '함께 있지만 혼자(alone together)'라고 불렀다. 연결된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는 역설이다.



도파민의 함정: 즉각 반응이 만드는 보상 중독


관계형 AI가 가진 또 하나의 심리적 함정은 '즉각 반응'이다.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면 답이 오기까지 몇 분, 때로는 몇 시간이 걸린다. 반면 AI는 0.5초 안에 반응한다. 이 즉각성이 뇌의 도파민 회로를 강하게 자극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신경과학과 애나 렘케 교수가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즉각적 보상에 반복 노출된 뇌는 지연 보상을 견디는 능력이 평균 23.4% 감소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AI와 대화에 익숙해질수록 '읽씹'을 견디기 어려워지고, 상대가 내 감정을 바로 알아채지 못할 때 더 크게 상처받게 된다. 인간관계의 자연스러운 지연과 불완전함이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AI는 사용자의 언어 패턴을 학습해 점점 더 사용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도록 최적화된다. 이 과정이 심화될수록 AI와의 대화는 '메아리 방'이 된다. 나의 생각이 증폭되어 돌아올 뿐, 새로운 시각이나 불편한 진실을 전해주는 사람은 사라진다.



그래도 AI가 필요한 순간: 균형이 핵심


물론 관계형 AI가 무조건 해롭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불안이 심해 사람과 대화 자체가 두려운 이들에게 AI는 일종의 연습 공간이 될 수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의 연구팀은 사회공포증을 가진 청소년 84명에게 AI 대화 훈련을 병행한 결과, 8주 후 대면 불안 수치가 31.7% 감소했다고 2024년 발표했다. AI가 관계의 대체재가 아니라 디딤돌로 기능할 때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AI와의 관계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AI로 도망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결국 회피가 된다. 오늘 AI에게 털어놓은 그 이야기, 한 번쯤은 사람에게도 꺼내볼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그 불완전한 대화 속에 진짜 연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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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20 06: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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