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주가를 확인한다. 숫자가 빨갛게 물들어 있으면 하루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밥을 먹다가도, 회의 중에도,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도 손가락은 어느새 증권 앱을 열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심리적 고통도 극심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서울에서 주식 투자 관련 상담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관련 상담 환자가 6월 이후 하루 평균 11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단순한 재정적 손실을 넘어, 지금 투자자들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주식이 오를 때의 기쁨과 내릴 때의 고통은 결코 같은 크기가 아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손실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같은 금액의 이익에서 오는 기쁨보다 약 2.5배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고 부른다.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의 전두엽과 편도체가 손실 신호에 과잉 반응하면서 공포, 분노, 무기력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문제는 이 반응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올해 코스피가 사이드카를 무려 81번 발동시키는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투자자들의 편도체는 사실상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수준의 스트레스 신호를 받아왔다. 뇌가 위협으로 인식하는 상황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니, 잠을 못 자고 밥맛을 잃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주가가 폭락해도 팔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오르겠지'라는 생각, 바로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때문이다. 테런스 오딘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 종목을 이익 종목보다 1.5배 이상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이성적인 손절 결정을 가로막는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단계에서 '빚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본전을 찾으려는 절박함이 신용융자, 심지어 가족 자산까지 끌어들이는 도박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이달 초 급락 이후 빠르게 반등하자 신용융자 잔고가 32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빚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상태는 심리학에서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와 맞닿아 있다. 이미 충분히 떨어졌으니 이제는 오를 것이라는 믿음, 나만큼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판단력을 완전히 흐려놓는다.
주식 시장은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심리의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18세기 남해회사 버블에 투자했다가 당시 돈으로 2만 파운드, 오늘날 가치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잃었다. 그는 훗날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시장이 급락할 때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는 공포는 전염병처럼 번진다. 닉 차터 영국 워릭대 행동과학과 교수는 사회적 공포 상황에서 개인의 의사결정이 주변 집단의 행동에 강하게 동조한다는 사실을 연구로 입증했다. 내 판단이 아니라 '남들이 팔고 있다'는 신호 하나가 패닉셀을 촉발하고, 그 패닉이 다시 다른 사람의 패닉을 부른다.
반대로 시장이 반등할 때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이 상승장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무분별한 추격 매수를 부른다. 하락 공포와 상승 공포 사이에서 투자자의 뇌는 사실상 쉴 틈이 없다.
주식 투자와 심리적 건강을 함께 지키는 것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투자 규칙의 외재화'를 권한다. 매수·매도 기준을 미리 글로 적어두고,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그 원칙을 읽는 것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감정적 결정을 피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의식적으로 느리게'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증권 앱을 확인하는 횟수를 하루 1~2회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소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버드 의대 심리학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시간 주가 확인 빈도를 줄인 투자자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불안 지수가 평균 34% 낮았으며 투자 수익률도 오히려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오늘 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당신의 하루가 그 숫자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결국 나 자신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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