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도 많고 유쾌한데 ‘모임‘은 질색…혹시 당신도 ‘이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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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도 많고 유쾌한데 '모임'은 질색…혹시 당신도 '이향인'?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인기도 많고 유쾌한데 '모임'은 질색…혹시 당신도 '이향인'?


연락이 오면 반갑고, 막상 나가면 즐겁고, 집에 돌아오면 '아, 역시 집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인지 단체 모임만 생각하면 머리가 묵직해진다.


이런 사람들을 요즘 '이향인(離鄕人)'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향을 떠난 사람이라는 원래 뜻과 달리, 모임과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이탈'하는 성향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쓰인다. 나만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면, 심리학이 이미 답을 갖고 있다.



내향인과 다르다: '이향인'의 정체를 밝히다


운동은 좋아하는데 팀 스포츠보다 개인 종목을 즐기고, 파티 자리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인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 이런 사람을 단순히 '내향인'으로 분류하면 뭔가 억울하다. 실제로 이들은 전통적인 내향인과 다르다.


수전 케인 미국 하버드 로스쿨 출신 작가이자 내향성 연구자는 내향성을 '자극의 역치'로 설명한다.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고, 그 자극이 쌓이면 결국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모임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 후 '충전'이 필요한 사람은 외향성 점수가 높아도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약 40%가 사회적 상황 후 의미 있는 피로감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반드시 사회불안이나 우울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신경계가 처리해야 할 자극의 총량 문제였다.



뇌가 모임을 '위협'으로 읽는 순간: 사회적 배터리의 과부하


대규모 모임 앞에서 이유 없이 피곤해지는 느낌, 사실 뇌 차원에서 설명이 된다. 매튜 리버먼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혼자 있을 때와 여럿과 있을 때 전혀 다른 처리 모드로 전환되며, 사회적 신호를 읽는 데만도 상당한 인지 자원이 소모된다.


단체 모임에서는 여러 사람의 표정, 말투, 농담의 맥락,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판단이 동시에 처리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사회적 배터리'가 빠르게 소진되는데, 이는 게으름이나 사교성 부족이 아니라 뇌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에 가깝다. 모임 후 유독 녹초가 된다면, 당신의 뇌가 꽤 열심히 일한 셈이다.


엘리자베스 스콧 미국 버몬트대 심리학과 연구원이 2022년 성인 8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집단 사교 활동 후 극도의 피로를 느낀다는 응답이 51.3%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평소 '외향적이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사람들이었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나는 이향인일까


한국일보가 소개한 이향인 자가진단 항목을 보면 흥미롭다. 1대1 대화는 편하지만 단체 대화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모임 당일 취소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손해'가 아니라 '보충'으로 느껴진다는 항목이 핵심이다. 이 세 가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면, 당신도 이향인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이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담 그랜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과 교수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경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양향인(ambivert)'이 사실 인구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에너지 패턴을 알고 상황에 맞게 조율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오히려 높은 사회적 유능감의 표시라는 것이다.



모임이 두렵지 않게: 이향인이 관계를 지키는 법


이향인에게 중요한 것은 모임을 억지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연결을 선택하는 것이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진정한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인원은 평균 5명 이내다. 150명으로 알려진 '던바의 수'보다 훨씬 작은 이 숫자가, 사실 우리 뇌가 감당할 수 있는 진짜 관계의 한계라는 설명이다.


대규모 단체 모임 대신 1대1 점심 약속을, 단톡방 안부 대신 짧은 전화 한 통을 선택해보자. 모임의 숫자가 아니라 연결의 깊이가 우리를 덜 외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심리학은 이미 수십 년간 증명해왔다. 오늘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큰 모임 대신 조용히 둘이 만나자는 메시지 한 줄을 먼저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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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22 06: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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