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말이 두렵다"…35년 만에 돌아온 장만옥, 대중의 시선이 왜 이렇게 무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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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말이 두렵다"…35년 만에 돌아온 장만옥, 대중의 시선이 왜 이렇게 무서울까
  • 기사등록 2026-08-24 06: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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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사람들의 말이 두렵다"…35년 만에 돌아온 장만옥, 대중의 시선이 왜 이렇게 무서울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 적이 있는가. 칭찬보다 비난이 훨씬 깊이, 훨씬 오래 남는 경험 말이다. 홍콩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배우 장만옥이 35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며 한 고백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사람들의 말이 두렵다'는 그 한마디였다.


세계가 인정한 배우조차 대중의 시선 앞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움츠러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우리는 왜 타인의 말에 이렇게까지 취약한 걸까. 그리고 그 상처는 뇌와 마음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악플이 뇌에 남기는 흔적: 부정 편향이 만드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


장만옥은 전성기 시절 스캔들과 악의적인 루머에 시달렸다. 신문들은 앞다투어 그녀의 사생활을 왜곡했고, 대중은 그것을 사실처럼 소비했다. 그녀가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크린을 떠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상처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으로 설명한다.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보다 훨씬 강렬하게, 훨씬 오래 기억에 저장되는 현상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1년 심리학 저널 '심리과학의 일반 검토(Review of Gener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Bad Is Stronger Than Good)'는 이론을 정립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사건은 긍정적 사건에 비해 기억, 감정, 행동 모든 면에서 약 5배 이상 강한 영향을 미친다. 악플 하나를 잊으려면 칭찬 다섯 개가 필요한 셈이다.


더 무서운 건 이 편향이 단순한 심리적 경향이 아니라 뇌 구조 자체에 새겨진다는 점이다. 부정적 경험은 편도체(amygdala)를 강하게 활성화하고, 이 자극은 해마(hippocampus)를 통해 장기 기억으로 굳어진다. 한번 새겨진 상처의 기억은 의도적으로 지우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공인의 심리적 취약성: 스포트라이트 효과와 사회적 거절의 고통


많은 사람이 '유명인이니까 그 정도 비난은 견뎌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는 200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사회적 거절이나 배제를 경험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동일한 영역임을 밝혔다. 대중의 비난은 말 그대로 '아프다'. 비유가 아니라 신경과학적 사실이다.


여기에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가 더해지면 상황은 더 가혹해진다. 코넬대 심리학과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공인에게 이 효과는 증폭된다. 실제로 수백만 명이 보고 있고, 언론이 매일 조명을 비추기 때문이다. 장만옥이 느꼈을 '모든 사람이 나를 판단하고 있다'는 감각은 과장이 아니었다.


더욱이 반복적인 악성 보도와 스캔들은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을 유발할 수 있다. 마틴 셀리그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정립한 이 개념은, 반복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상황에 노출되면 결국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35년간의 침묵은 어쩌면 의지의 부재가 아니라, 무수한 상처 끝에 찾아온 자기 보호의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왜 우리는 타인의 말에 이토록 흔들릴까: 소속 욕구와 사회적 자아


장만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댓글 하나에 하루가 무너지고, SNS 반응이 신경 쓰여 잠 못 이루는 경험은 많은 사람이 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에서도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는 생존 욕구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 타인에게 수용되고 싶다는 욕구는 생물학적으로 우리 안에 깊이 새겨져 있다.


마크 리어리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미터 이론(sociometer theory)'을 통해 자존감이 실제로 사회적 수용 여부를 측정하는 내부 계기판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즉,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자존감이 오르내리도록 인간의 심리가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악플이나 비난이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건 의지의 약함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반응이다.


2022년 서울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성인 8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3%가 온라인 부정 댓글을 접한 뒤 일상적 자신감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노출된 집단에서는 사회적 회피 행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장만옥이 선택한 '침묵의 35년'은 통계 속 숫자로도 설명이 된다.



다시 무대로: 용기의 심리학,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


그럼에도 장만옥은 돌아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리처드 테데스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극심한 심리적 상처를 경험한 사람 중 상당수가 시간이 지난 후 이전보다 깊어진 자기 이해와 더 강한 삶의 의미를 보고했다. 상처가 반드시 파괴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만옥의 복귀는 먼 나라 유명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멈추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숨기고, 나다운 선택을 미뤄둔 적이 있다면 그 감정은 다르지 않다. 오늘, 오래 묵혀둔 그 무언가를 다시 꺼내보는 건 어떨까. 사람들의 말이 두려워도, 당신의 이야기는 계속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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