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절반 이상 ‘미국 비호감‘…23년 만에 뒤집힌 마음, 심리학이 찾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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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절반 이상 '미국 비호감'…23년 만에 뒤집힌 마음, 심리학이 찾은 진짜 이유
  • 기사등록 2026-08-26 06: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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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절반 이상 '미국 비호감'…23년 만에 뒤집힌 마음, 심리학이 찾은 진짜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한국인 절반 이상 '미국 비호감'…23년 만에 뒤집힌 마음, 심리학이 찾은 진짜 이유


어제까지 믿었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 편'이라 여겼던 존재가 내 이익을 침해하는 순간, 그 감정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깊은 배신감으로 변한다. 지금 한국인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꼭 그렇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2026년 발표한 '세계 태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55%가 미국에 '비호감'이라고 응답했다. 1년 새 무려 16%포인트가 뛰었고,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반미 여론이 폭발했던 2003년 수치마저 넘어섰다. 도대체 우리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배신감의 심리학: '우리 편'이 등을 돌렸다는 감각


심리학에서는 오랫동안 신뢰해온 대상이 기대를 저버릴 때 나타나는 감정 반응을 '신뢰 위반 효과(Trust Violation Effect)'라고 부른다. 낯선 타인에게 실망할 때보다 가깝다고 여긴 대상에게 실망할 때 훨씬 강렬한 부정적 감정이 폭발하는 현상이다. 한국과 미국은 70년 이상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오랜 신뢰가 오히려 지금의 반감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페트르 야나타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집단 간 관계를 평가할 때 객관적인 손익보다 '상대가 나를 존중하는가'를 더 먼저 판단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한국인의 85%가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도 단순히 경제적 피해 계산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는 모멸감이 더 강하게 작동한 것이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답한 한국인은 47%로, 불과 2023년의 74%에서 27%포인트나 급락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정책 불만이 아니라 '우리가 알던 미국'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내집단 편향의 균열: '동맹'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릴 때


사회심리학에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이 속했다고 느끼는 집단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많은 것을 용인하는 심리다.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을 사실상 '내집단'에 가깝게 인식해왔다. 그런데 그 소속감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반응은 외집단보다 훨씬 격렬해진다.


앙리 타지펠 영국 브리스톨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1970년대에 정립한 사회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내집단의 일원이라 믿었던 대상이 배신하면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단순한 관계 악화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혼란이 함께 밀려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반미 감정에는 이 정체성 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2003년 미군 장갑차 사건 당시의 반미 여론은 특정 사건에 대한 분노였다. 반면 지금의 비호감은 더 넓고 깊다. 관세, 방위비, 외교적 태도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이건 아니다'라는 감각이 누적됐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부정적 신호가 쌓일 때 태도 변화가 급격하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확증 편향의 고착: 한번 바뀐 감정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문제는 한번 굳어진 부정적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의 뇌는 이미 형성된 인식을 지지하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하려 한다.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연구에서도 강조했듯, 이 편향은 집단 수준에서 작동할 때 더욱 강력해진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뉴스는 더 빠르게 공유되고, 더 강하게 각인된다. SNS 알고리즘은 이미 형성된 감정과 일치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킨다. 비호감이라는 감정이 미디어 환경과 맞물려 스스로 강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이 감정이 반드시 적대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비호감과 적대감을 구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다르다. 지금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공존한다. 실망과 기대, 비판과 의존이 뒤섞인 그 감정을 단순히 '반미'라는 두 글자로 뭉뚱그리기엔 훨씬 섬세한 결이 숨어 있다.



감정은 정보다: 이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은 세상을 해석하는 뇌의 예측'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특정 대상에 느끼는 감정은 그 대상에 대해 뇌가 축적해온 경험과 예측의 총합이다. 한국인들이 미국에 품게 된 비호감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쌓인 경험과 기대의 어긋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집단 감정은 개인 감정보다 훨씬 느리게 변한다. 한번 형성된 국가 이미지가 바뀌려면 단순한 언어적 약속보다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동적 신뢰 회복(Behavioral Trust Repair)'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억해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이 불편한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를 물으면,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잠깐 멈춰서, 내가 특정 나라나 사람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한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그 질문이 세상을 더 또렷하게 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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