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29세. 한창 전성기를 달려야 할 나이에 NBA 스타 브랜든 클라크는 자택에서 싸늘하게 발견됐다. 그의 사망 직후 자택에서는 흰색 분말과 주사기가 나왔다고 미국 매체 에센셜리스포츠가 보도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는 보이지 않았던 어둠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오히려 반대로 묻는다. '그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더 취약해진 건 아닐까'라고.
스타의 삶 뒤에 숨어 있는 심리적 공허함과 약물 의존의 연결고리, 그리고 우리가 그 이야기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심리학으로 들여다봤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오히려 약물과 알코올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역설처럼 느껴지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를 '성취 후 공허 증후군(Post-Achievement Emptiness)'으로 설명한다. 오랫동안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온 사람이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삶의 방향축을 잃어버리는 현상이다. NBA 같은 최고 수준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농구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에, 코트 밖의 자아가 극히 빈약한 경우가 많다.
마이클 프란켈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엘리트 운동선수의 약 34%가 은퇴 전후 우울 또는 불안 증상을 경험하며, 이 중 19%는 물질 남용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성인 인구의 약물 의존율(8~10%)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클라크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유니폼만 입으며 선수 생활을 보냈다. 팀의 이적과 함께 온 변화, 부상의 두려움, 끊임없는 성과 압박. 그 모든 것이 쌓여 코트 밖의 그를 얼마나 무너뜨리고 있었는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슬램덩크를 꽂고 터져 나오는 함성을 들을 때, 뇌의 보상회로는 폭발적으로 활성화된다. 문제는 이 자극이 너무 강렬하다는 데 있다. 웬디 우즈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고강도 보상 자극은 뇌의 도파민 기저선을 높여 일상적인 즐거움으로는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약물이 파고드는 틈이다.
경기 없는 날, 조명이 꺼진 라커룸, 부상으로 코트를 밟지 못하는 기간. 그 평범한 고요함이 스타에게는 견디기 힘든 '자극 결핍' 상태로 느껴질 수 있다.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알코올이나 마약에 손을 대는 패턴은 NBA뿐 아니라 NFL, MLB 등 미국 4대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현상이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2022년 보고서에서 프로 운동선수의 약물 문제가 일반인보다 조기에, 더 빠르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명시했다.
클라크의 경우도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높은 기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기대가 클수록 그 기대를 채우지 못했을 때 느끼는 낙차도 커진다. 그 낙차가 뇌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외부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클라크의 비보가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는 수십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슬픔, 충격, 그리고 '왜?'라는 질문이 넘쳐났다. 우리가 만난 적도 없는 스타의 죽음에 이토록 강렬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패러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로 설명한다. 스크린이나 경기장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뇌는 그 대상과 실제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착각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스타는 우리가 투영하는 이상적 자아이기도 하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담긴 존재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우리는 그 충격을 단순한 타인의 비극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나의 꿈이 무너지는 것 같은 감각, 즉 대리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브라이언 레이나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분석연구소 임상심리학 교수는 스포츠 스타의 비극적 죽음 이후 팬들에게서 단기적인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2019년 논문에서 보고한 바 있다.
한편, 자극적인 뉴스에 계속 눈길이 가는 것은 뇌의 생존 본능과도 연결된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심리학 개념이 이를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강하게, 더 오래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에 대비하기 위한 진화적 산물이다.
브랜든 클라크의 사망은 아직 조사 중이며, 약물이 직접적 사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스타를 인간이기보다 '이미지'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코트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을 보며 완벽한 삶을 살 것이라 가정하고, 내면의 고통에는 눈을 감는다. 이 '이상화'야말로 스타를 더 외롭게 만드는 집단적 외면일 수 있다.
주변에 무언가를 혼자 감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아무리 '겉으로 잘나가 보여도' 한번쯤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요즘 어때?'라는 짧은 질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숨구멍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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