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뒤 자택 찾아와 난동…‘스토킹‘인 줄 알면서 왜 멈추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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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뒤 자택 찾아와 난동…'스토킹'인 줄 알면서 왜 멈추지 못할까?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헤어진 뒤 자택 찾아와 난동…'스토킹'인 줄 알면서 왜 멈추지 못할까?


배우 홍민기 소속사가 전 연인 A씨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A씨는 이미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홍민기의 자택을 찾아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 말라'는 걸 알면서도, 심지어 법적 처분까지 받고 나서도 왜 멈추지 못하는 걸까.


스토킹은 단순히 '집착이 심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스토킹 행동의 뿌리에 뇌의 보상 시스템과 거절이 유발하는 심리적 고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설명한다. 그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왜 그토록 반복되고 끊어내기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다.



거절이 뇌에 남기는 상처: 신체적 고통과 같은 회로가 작동한다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 즉 '거절'은 뇌에서 신체적 고통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된다. 에단 크로스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1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fMRI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거절 경험을 떠올릴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뜨거운 커피잔에 손을 댔을 때 반응하는 부위와 상당 부분 겹쳤다. 거절은 뇌에게 진짜 '아픔'인 셈이다.


이 고통을 없애려는 본능적 욕구가 스토킹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방을 다시 만나거나, 연락을 취하거나, 자택을 찾아가면 고통이 잠시나마 사라질 것이라는 착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임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이 이성적 판단보다 앞서 버린다.


문제는 이 고통이 개인의 애착 유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가 단절될 때 더 극심한 심리적 동요를 경험하며, 이를 되돌리려는 충동도 강하게 나타난다고 심리학 연구들은 일관되게 보고한다.



스토커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 왜곡된 보상 시스템


스토킹이 멈추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도파민 보상 회로의 오작동에 있다. 도파민은 '쾌락' 자체보다 '쾌락을 기대하는 상태'에서 더 활발히 분비된다. 헬렌 피셔 미국 럿거스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실연을 경험한 성인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fMRI 연구에서, 피험자들이 전 연인의 사진을 봤을 때 뇌의 복측피개부 등 도파민 관련 영역이 활성화됐다. 이 부위는 코카인 중독자들이 약물을 갈망할 때 반응하는 곳과 동일하다.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불확실한 기대, 자택 앞에 나타나면 상대가 반응할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 이른바 '간헐적 강화'다. 때때로 상대가 반응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이 생기면, 그 불규칙한 보상이 집착 행동을 오히려 강화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장 필리프 라쳐 스위스 베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2018년 연구에서 스토킹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거절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인지 처리 능력'에 결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특정 심리적 조건 아래에서 뇌가 정보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통제욕과 소유욕: '너는 내 것'이라는 착각


스토킹 심리의 핵심에는 통제욕이 자리 잡고 있다. 관계가 끝났다는 것은 자신이 상대방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레이드 멜로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스토킹 가해자의 심리를 분석한 연구에서, 이들이 흔히 상대방을 자율적인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심리적 안정과 연결된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저 사람이 나를 떠나면 나는 무너진다'는 인식이 '저 사람은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자기중심 편향과 결합될 때 더욱 위험해진다. 상대방의 거절 의사를 '아직 진심이 아니다', '내가 더 노력하면 마음이 바뀔 것이다'라고 왜곡 해석하는 것이다. 법원이 접근금지 처분을 내린 뒤에도 행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부의 제재가 심리적 왜곡을 곧바로 교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해야 할 것,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할 것


스토킹은 명백한 범죄다. 그러나 '왜 진작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시선은 피해자를 더 고립시킨다. 제니퍼 모어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자의 약 56%가 '이 정도는 신고할 수준이 아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대응을 늦춘다. 익숙한 관계에서 생겨난 일일수록 피해자 스스로도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스토킹 행동이 반복될 때는 감정적 설득보다 법적 조치가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접근금지 처분 이후에도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경찰청의 스토킹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피해 상황을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비슷한 상황이 떠오른다면, 오늘 당장 주변에 말을 꺼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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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27 0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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