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3% 찍고 터진 학폭 논란…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뀔 때 우리 뇌가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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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3% 찍고 터진 학폭 논란…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뀔 때 우리 뇌가 하는 일
  • 기사등록 2026-08-28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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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3% 찍고 터진 학폭 논란…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뀔 때 우리 뇌가 하는 일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시청률 23% 찍고 터진 학폭 논란…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뀔 때 우리 뇌가 하는 일


어제까지 응원하던 배우가 오늘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의 연기를 칭찬하던 댓글창은 순식간에 분노로 가득 찼다. '어떻게 그런 사람인 줄 몰랐지?'라는 자책과 함께, 우리는 또 한 번 격렬하게 누군가를 심판하기 시작한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오른 배우 조병규의 학교폭력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 유명인의 추락에 이토록 강렬하게 반응하는지, 심리학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배신감의 심리학: 우리는 왜 '몰랐던 나'를 탓하는가


팬이 스타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호감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실제로 만난 적이 없어도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밀감을 느끼는 일방적 관계다. 도널드 호턴과 리처드 월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가 1956년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강력해졌다.


이 관계가 강렬할수록 배신감도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 캠퍼스 커뮤니케이션학과 에린 와이어트 교수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준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던 유명인이 도덕적 추락을 경험할 때 팬들은 실제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의 정서적 고통을 경험했다. 응답자의 61%가 '자신이 속았다'는 감각을 보고했다.


이 배신감은 곧 자기 자신을 향한 수치심으로 전환된다. '나는 왜 몰랐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일관성 욕구'로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했던 대상과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이 공존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강한 분노를 외부로 표출한다.



도덕적 단죄의 쾌감: 뇌는 '나쁜 사람 처벌'을 즐긴다


유명인의 추락 소식이 퍼지면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공유하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 행동에는 쾌감이 따른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뇌과학연구소의 타니아 싱어 박사 연구팀이 2006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불공정한 행동을 한 사람이 처벌받는 장면을 목격할 때 뇌의 보상 회로인 선조체가 활성화됐다. 특히 남성 참가자에게서 이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학폭 논란처럼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은 이 반응을 더욱 강력하게 자극한다. '옳은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도덕적 정체감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뉴욕대 심리학과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이를 '도덕적 고양감(moral elevation)'이라고 불렀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느낌 자체가 내면을 고양시키는 감정 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쾌감이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처벌의 정당성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처벌 자체에서 오는 보상 감각에 이끌려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사건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여론이 먼저 결론을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광 효과의 붕괴: 좋은 배우 =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우리는 흔히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내면도 훌륭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후광 효과(halo effect)'다. 한 가지 긍정적 특성이 다른 모든 특성을 좋게 평가하게 만드는 인지 편향이다.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가 1920년 처음 개념화했으며, 연예인에게는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외모, 연기력,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 '완전한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폭 논란처럼 도덕적 결함이 드러나는 순간, 후광 효과는 정반대로 뒤집힌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악마 효과(devil effect)' 혹은 '혼 효과(horn effect)'라고 부른다. 하나의 부정적 정보가 그동안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를 통째로 덮어버리는 현상이다. '알고 보니 다 연기였네'라는 반응은 이 심리의 전형적인 표현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진선 교수는 이와 관련해 '도덕적 기대 위반'이 일반적 기대 위반보다 훨씬 큰 심리적 충격을 준다고 설명한다. 좋아하는 감정이 깊었을수록 그 낙폭도 크고, 분노도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 분노와 판단 사이의 거리


학폭 피해자의 고통은 실재하고, 그 목소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법원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사건에 대해 여론이 먼저 단죄하는 방식에는 심리학적으로도 위험 신호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범죄학과 로렌스 셔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여론의 과잉 단죄는 오히려 진짜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경우가 전체 사례의 40% 이상에 달했다.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그 분노가 뇌의 보상 회로에서 비롯된 쾌감인지, 아니면 실제 정의감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오늘 누군가의 소식에 강하게 반응하고 싶어질 때, 잠깐 멈추고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그 짧은 멈춤이 우리를 조금 더 공정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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