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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밥 먹을 때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화면을 놓지 않는다. 혹시 이 모습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의 아이는 이미 설계된 함정 안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가 미국 47개 주 청소년 SNS 중독 집단소송에서 약 23조 원의 합의금을 내놓기로 했다. 하루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니다. 이 합의는 청소년의 뇌가 SNS 알고리즘에 어떻게 잠식당하는지를 세상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청소년이 SNS 알림을 확인할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보상을 예측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문제는 바로 이 '예측'에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발달신경과학연구소의 에비 오피-에이드 교수 연구팀은 2016년 청소년 3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SNS에서 게시물이 많은 '좋아요'를 받았을 때 뇌의 보상 회로인 측좌핵이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좋아요' 숫자가 많을수록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즉 SNS는 청소년에게 보상 회로는 켜고 브레이크는 끄는 구조로 작동한다. 성인보다 전전두엽 발달이 덜 된 청소년에게 이 구조는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
메타의 내부 문건이 공개된 재판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인스타그램 개발팀이 2019년에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는 십 대 여아의 32%가 자신의 몸에 대해 나쁜 감정을 느낄 때 인스타그램이 그 감정을 더 악화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는 알고리즘을 바꾸지 않았다.
산타클라라대학교 심리학과의 토마스 필로 교수는 SNS 플랫폼의 무한 스크롤과 알림 설계가 전형적인 '간헐적 강화'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간헐적 강화란 보상이 예측 불가능한 간격으로 주어질 때 행동이 가장 강하게 고착되는 심리 현상으로, 슬롯머신이 작동하는 원리와 동일하다.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가 몰릴지 모르기 때문에 청소년은 계속해서 확인하게 된다.
미국 소아과학회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미국 청소년 6500명이었다.
SNS 중독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비교'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아를 형성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비교이론'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일상은 필터와 연출로 정제된 하이라이트 릴이라는 점이다.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는 2024년 출간한 저서에서 2012년을 전후해 스마트폰과 SNS가 청소년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점부터 미국 십 대 여아의 우울증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불안의 세대'라고 명명하며, 실제 놀이와 대면 관계가 줄고 온라인 비교가 자아 발달의 중심을 차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실의 자신과 SNS 속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은 자존감 하락, 신체 이미지 왜곡, 나아가 심각한 경우 자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플랫폼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 논점이었다.
하루 2시간 제한이라는 메타의 합의 조건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간 제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SNS 밖에서 아이가 충분한 연결감과 성취감을 경험하는가의 여부다.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이강이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과의존 예방을 위해 가족 식사 시간이나 취침 1시간 전 스마트폰 없는 시간을 규칙으로 정하고,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모델링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규제가 아니라 대화와 신뢰 속에서 이루어질 때 아이는 스스로 디지털 경계를 설정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오늘 저녁, 아이 옆에 앉아 스마트폰을 함께 내려놓아 보는 것은 어떨까. '좋아요' 없이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아이는 부모의 눈빛으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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