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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언제부터인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처음엔 하루, 그다음엔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가족은 매일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고, 같은 사진을 들고 거리를 헤맨다. '죽기 전에 얼굴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는 말을 되뇌면서.
국내에서 매년 수만 명이 실종 신고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실종 신고 건수는 10만 건을 넘어섰고, 그중 상당수는 성인 가출이나 가정불화로 분류되어 빠른 수색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하지만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속에서는, 매일이 무너지는 하루다.
가족이 사라졌을 때,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모호한 상실(ambiguous loss)'이라고 부른다. 폴린 보스 미국 미네소타대 가족사회과학과 명예교수가 개념화한 이 이론에 따르면, 결말이 없는 상실은 확인된 죽음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심리적 외상을 남긴다.
보스 교수는 2004년 9·11 테러 유가족과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결말 없는 기다림이 지속될수록 우울 증상과 불안장애 발병률이 일반 사별 가족보다 최대 2.3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의 뇌는 '미결 과제'를 반복해서 떠올리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완결되지 않은 일은 완결된 일보다 기억에 더 강하게 남고, 더 자주 의식에 침입한다. 사라진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상 속에서도 불쑥 그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종 가족을 수십 년째 찾는 사람들을 보면, '왜 포기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행동은 집착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 가깝다. 존 볼비 전 영국 태비스톡 인간관계연구소 소장이 정립한 애착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중요한 애착 대상을 잃었을 때 본능적으로 그 대상을 찾는 행동을 반복한다.
볼비는 이 반응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형성된 생물학적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엄마를 잃었을 때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어른도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뇌의 분리불안 회로가 작동하며 탐색 행동을 이어가게 된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초기에 경찰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면 단순 가출인지, 사건·사고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가족의 집요한 탐색 행동은 무의미한 고집이 아니라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모호한 상실을 경험하는 가족들은 일반적인 심리 상담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 슬픔을 '처리'하거나 '극복'하라는 조언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 교수는 이런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슬픔의 해소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모호한 상실을 경험한 가족 중 정기적으로 지지 집단에 참여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 41% 낮았다. 혼자 버티는 것보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 훨씬 강한 회복의 힘을 가진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기다림이 당신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그 사람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증거다. 실종아동찾기협회(182)나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에 연락해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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