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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지 채 3분도 안 됐는데 손이 자꾸 화면을 향한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죄책감이 밀려온다. '이 시간에 뭔가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어색하고 불안한 사람이라면, 당신의 뇌는 지금 과부하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AI(인공지능) 시대가 깊어질수록 역설적이게도 '뇌 휴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명상, 마음챙김, 수면 최적화, 감각 회복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뇌 휴식 산업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보가 쏟아지는 속도만큼 뇌가 쉬어야 하는 이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다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스페셜리포트에서 "스마트폰은 업무와 관계, 여가가 모두 들어 있는 생활 전체"라고 표현했다. 그 말처럼 현대인의 뇌는 잠드는 순간을 빼고는 거의 꺼지지 않는다. 알림음이 울리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자극이 사라지면 또 다른 자극을 찾는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상태를 '주의력 잔여물(Attention Residue)'이라 부른다. 글로리아 마크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정보학과 교수가 2004년 발표한 연구에서 처음 개념화한 것으로,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할 때 이전 작업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잔류하며 인지 효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직장인 49명을 관찰한 결과 한 번 방해를 받으면 원래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 알림에 시선을 뺏기는 현대인의 뇌는 23분짜리 '회복 빚'을 끊임없이 쌓아가는 셈이다. 그 피로가 누적되면 판단력 저하, 감정 조절 어려움, 만성 불안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쉰다'는 것을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스크롤하는 행위로 착각한다. 하지만 심리학과 신경과학은 이것이 진짜 휴식이 아님을 명확히 말한다. 마커스 레이클 미국 워싱턴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2001년 뇌가 외부 자극 없이 멍하게 있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영역, 이른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발견했다.
이 네트워크는 자기 성찰, 기억 통합, 창의적 연상을 담당한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 순간에 뇌는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감정을 처리한다. '멍 때리기'가 창의성과 정서 회복에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스마트폰 화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2019년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성인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직관적 사고 능력과 분석적 사고 능력 모두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AI는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한다. 그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압박이 현대인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기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학자 앤드루 허버먼 교수는 인간의 뇌가 '울트라디안 리듬(Ultradian Rhythm)'이라는 90분 주기로 집중과 이완을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90분의 집중 뒤에는 반드시 15~20분의 진짜 휴식이 와야 다음 집중 사이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리듬을 무시하고 계속 달리면 어떻게 될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뉴런 생성이 억제된다. 2022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에 노출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우울 증상을 보일 확률이 51.8% 높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AI가 우리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만큼, 인간에게는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즉 감정을 느끼고 쉬고 연결되는 능력이 더 소중해진다. 뇌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경쟁력이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고 창밖을 5분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심호흡을 4초 들이쉬고 6초 내쉬는 '4-6 호흡법'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3분 안에 심박수를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상 앱이나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괜찮다.
점심시간에 자리를 벗어나 햇빛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걷는 10분, 이어폰 없이 자연의 소리를 듣는 순간,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맛보는 그 짧은 시간이 당신의 뇌에는 충전 시간이 된다. 오늘 퇴근 후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어두고, 딱 10분만 멍하게 있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사실은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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