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누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 뇌는 무언가를 시작한다. 의식적으로 '괜찮아'라고 말하기도 전에, 아주 빠르게, 거의 자동으로. 최근 미국 여자농구 리그(WNBA)를 둘러싼 트랜스젠더 선수 참여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팀원들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하지만, 법과 제도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 간극이 흥미롭다. 같은 팀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은 열린 태도를 보이는데, 제도와 여론은 왜 그토록 격렬하게 충돌하는 걸까. 심리학은 그 답을 '뇌의 범주화 본능'에서 찾는다.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범주를 만든다. 남자와 여자, 내집단과 외집단, 익숙함과 낯섦. 앙리 타지펠 영국 브리스틀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1970년대 제시한 사회정체성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더 유리하게 평가하고 외부 집단에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품는다. 이 반응이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1초 내외다.
문제는 트랜스젠더처럼 기존 범주에 딱 맞지 않는 존재가 등장할 때 발생한다. 뇌는 혼란을 싫어한다. 기존 범주 어디에도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으면, 그 존재를 '위협'으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범주 위협(category threat)'이다.
오리건대 심리학과 그레고리 헤렉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별 이분법에 강한 신념을 가진 집단일수록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2019년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그 차이는 응답자의 62.4%에서 확인됐다.
그렇다면 왜 같은 팀 선수들은 다를까. 심리학에는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이라는 개념이 있다. 고든 올포트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1954년 처음 제시한 이 이론은, 동등한 지위에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할 때 편견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같은 코트에서 함께 훈련하고, 같은 승패에 울고 웃는 경험이 '낯섦'을 '동료'로 바꾸는 것이다.
2021년 메타분석 연구에서 리나 리히터 독일 괴팅겐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511개의 독립 연구를 종합한 결과, 긍정적 집단 간 접촉이 편견을 평균 37%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포츠 환경에서 이 효과는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WNBA 팀원들이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하는 배경에는 이 접촉의 힘이 있다. 제도와 여론이 먼저 선을 긋기 전에, 함께 땀 흘린 경험이 뇌의 자동 반응을 이미 바꿔놓은 것이다.
트랜스젠더 선수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공정성'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단순한 논리가 아닌 감정적 직관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의 도덕기반이론(Moral Foundations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도덕 판단 중 '공정·정의' 감각은 논리 이전에 내장이 먼저 반응한다. 쉽게 말해, 뇌가 이미 '불공평하다'고 느낀 뒤에 이유를 찾는 구조다.
실제로 어린 학생들에게 '스포츠 참여를 위한' 성별 확인 검사를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 전문 의료진들조차 '불필요하고 신체적으로 침습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뇌의 공정성 직관이 제도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약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좋은 소식이 있다. 뇌의 자동 반응은 바꿀 수 있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긍정 경험은 뇌의 편도체 반응 자체를 조정한다. 트랜스젠더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 고정관념을 가질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다.
WNBA 팀원들의 '환영한다'는 말은 그냥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이 아닐 것이다. 같은 라커룸에서 나눈 대화, 같이 이긴 경기, 같이 진 경기가 그 말을 만들어냈다. 제도가 먼저 선을 긋지 않아도 사람은 먼저 연결될 수 있다. 오늘 당신 주변에 '낯설다'고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와 함께 무언가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배운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