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한때는 연락이 오는 친구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말에 딱히 만날 사람이 없고, 연락이 와도 핑계를 대며 약속을 미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사람이 싫어진 건가', '사회성이 떨어진 건가' 하고 괜히 자책하게 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건 성격의 문제도, 의지의 문제도 아니라고. 나이 들수록 친구 관계가 좁아지는 데는 뇌과학과 심리학이 설명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로라 카스텐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정서적 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인식하고, 그 결과 관계의 수보다 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이 바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뇌가 스스로 '이 사람과의 시간이 나에게 진짜 소중한가'를 먼저 판단하기 시작한다.
카스텐슨 교수 연구팀이 18세부터 94세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기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접촉의 빈도는 줄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관계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고립이나 문제가 아니라, 뇌가 더 현명해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즉, 약속을 점점 덜 잡는 것은 사람이 싫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뇌가 나를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과의 만남이 끝난 뒤 극도로 지치는 현상을 '사회적 피로(Social Fatigue)'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히 내성적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와 함께 인지 자원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이기도 하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40대 이후부터 사회적 상호작용 이후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 20대 대비 평균 37% 더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던바 교수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의 수가 평균 5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더 넓은 관계망인 '던바의 수 150명'은 유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나이가 들며 체력과 인지 자원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이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의리 없게' 약속을 줄이는 게 아니다. 몸과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관계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중인 셈이다.
친구와 멀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싸가 됐나', '인싸력이 떨어졌나' 하며 탓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오히려 자아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2021년 미국 심리학회(APA)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30대 후반부터 50대 사이 성인 2400명을 분석한 결과, 사회적 접촉 빈도가 줄어든 그룹에서 삶의 만족도와 정서적 안정감이 오히려 51.8%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관계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남아 있는 관계를 얼마나 깊이 가꾸느냐다. 오랜 친구에게 긴 카카오톡 대신 짧은 음성메시지 한 통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요즘 네 생각이 났어'라는 한 마디가 관계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문득 얼굴이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면, 오늘 당장 짧은 안부 하나를 건네보자. 관계는 자주 만나야 깊어지는 게 아니라, 진심이 담긴 순간들이 쌓여 깊어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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