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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영국 프로 다이빙 선수 출신 잭 로리 우드워드는 최근 CNN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학창 시절 다이빙 유망주로 발탁돼 프로 선수의 길을 걷는 동안에도 포르노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이빙이 나를 찾아온 것이지, 내가 다이빙을 찾아간 게 아니다'라며, 선수로서의 삶이 오히려 중독을 가렸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고백은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완벽한 체력과 강철 같은 정신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프로 선수들이 왜 포르노 중독에 빠지는 걸까. 심리학은 이 질문에 꽤 구체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프로 선수의 일상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은 극도의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 훈련 강도, 성적 압박, 부상 공포, 미디어 노출이 24시간 뒤섞인 환경이다. 안나 렘케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과 교수는 그의 저서 '도파민 네이션'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사람일수록 즉각적인 보상 자극에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압박이 뇌의 도파민 조절 능력 자체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포르노는 뇌에 인위적으로 강력한 도파민 폭발을 일으킨다. 게리 윌슨 연구자가 집계한 뇌 영상 연구들에 따르면 포르노 자극에 노출될 때 뇌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는 패턴이 코카인 같은 약물 중독과 구조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반복될수록 같은 자극으로는 충족되지 않아 더 강한 콘텐츠를 찾게 되는 내성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운동선수는 일반인보다 이 과정이 빠를 수 있다. 훈련 후 극도의 피로감, 외로운 원정 생활, 팀 동료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혼자 감정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클릭 한 번으로 얻는 일시적 안도감이 반복되면서 뇌는 그것을 생존 전략으로 학습해버린다.
운동선수들이 중독을 오래 숨기는 데는 특유의 심리적 구조가 작동한다. 크리스토퍼 배그쇼 영국 체스터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팀이 2019년 영국 프로 선수 2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7%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도 팀 동료나 코치에게 먼저 털어놓지 않는다고 답했다. '약해 보이면 출전 기회를 잃는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
포르노 중독은 특히 더 은폐되기 쉽다.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과 달리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혼자, 조용히, 스마트폰 하나로 이루어지는 행동이기 때문에 훈련 루틴이 흔들릴 때까지 주변이 알아채기 어렵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엘리트 선수일수록 스스로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기 방어 기제도 강하게 작동한다.
우드워드가 '다이빙이 오히려 중독을 가렸다'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이다. 경기 성적이 유지되는 동안은 문제를 직면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능적 중독자' 패턴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멀쩡히 작동하지만 내면의 의존은 점점 깊어지는 상태다.
최근 운동선수들의 공개 고백이 늘어나는 건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브레네 브라운 미국 휴스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년 연구를 통해 수치심은 비밀 속에서만 살아남는다고 결론 내렸다. 자신의 취약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수치심의 힘은 현저히 약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연구에서 취약성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중독 회복률이 41.3% 높게 나타났다.
포르노 중독 치료에서도 집단 공개 고백은 핵심 치료 도구로 쓰인다. 노엘 브레데센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학과 교수팀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망이 강한 중독 환자일수록 전전두엽 피질의 충동 조절 기능이 더 빠르게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혼자 끊으려 버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뇌 회복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셈이다.
우드워드의 고백이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완벽한 신체를 가진 프로 선수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훈련받은 엘리트도 중독 앞에서는 누구나 취약하다. 그것이 나약함이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반응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회복의 첫 번째 열쇠다.
포르노 중독은 운동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자극에 접근 가능한 시대에 우리 모두는 과잉 도파민 자극에 노출돼 있다. 안나 렘케 교수는 현대인의 뇌가 쾌락 자극을 끊임없이 탐색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의도적으로 자극을 줄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불편한 감정이 찾아올 때 곧바로 스마트폰을 집는 대신 30초만 그 감정과 함께 앉아 있어보는 것이다.
혹시 요즘 지루함, 외로움,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화면을 켜고 있다면, 오늘 딱 한 번만 그 손을 멈춰보는 것은 어떨까. 뇌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작은 멈춤 하나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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