죗값 치렀는데 왜 계속 문제 일으킬까…고영욱 사례로 보는 ‘수치심 면역‘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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죗값 치렀는데 왜 계속 문제 일으킬까…고영욱 사례로 보는 '수치심 면역' 심리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죗값 치렀는데 왜 계속 문제 일으킬까…고영욱 사례로 보는 '수치심 면역' 심리


형사처벌을 받고 사회로 돌아온 사람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다. 피해자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가해자는 SNS에서 타인을 향해 날 선 말을 쏟아낸다.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한 룰라 출신 고영욱이 최근 개인 SNS를 통해 연예계 인사들을 잇달아 공개 저격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영화 '소원'의 소재원 작가를 비롯한 여러 인사가 공개 비판에 나섰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심리학은 이 낯설고 불편한 행동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수치심 면역: 처벌받은 사람이 오히려 더 공격적이 되는 이유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수치심 회피 방어기제'로 설명한다. 준 프라이스 탱니 미국 조지메이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십 년간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를 연구해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수치심을 깊이 내면화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을 외부로 투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쉽게 말해,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견디지 못할 때 오히려 남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탱니 교수는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보다 분노와 공격성 지수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사실을 1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반복 확인했다. 죄책감은 '내가 나쁜 짓을 했다'는 행동 중심 감정이지만, 수치심은 '나는 나쁜 사람이다'라는 자아 중심 감정이다. 이 두 감정의 차이가 이후 행동을 완전히 갈라놓는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피해를 복구하려 하지만, 수치심에 압도된 사람은 자아를 보호하려 한다. 자아를 보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타인을 공격해 '나보다 못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고영욱의 행동 패턴, 즉 피해자 편인 사람들을 향해 먼저 공세를 퍼붓는 방식은 이 맥락에서 읽힌다.



처벌이 끝나면 반성도 끝난다?: '도덕적 면죄부' 착각


형사처벌을 마친 뒤 스스로 '이미 다 치렀다'고 생각하는 심리도 이런 행동을 부추긴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심리학과 줄리아 미나르트 교수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처벌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후 도덕적 의무를 덜 느끼는 이른바 '도덕적 균형 맞추기' 현상을 확인했다. 처벌이 일종의 빚을 청산한 것처럼 느껴져, 이후에는 오히려 피해자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드는 역설이 생긴다.


더불어 인터넷과 SNS는 이 심리를 증폭시키는 무대가 된다.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실시간으로 노출될수록 방어기제는 더 강하게 작동한다. 나를 욕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낄수록 '나를 공격하는 저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방향으로 인지를 왜곡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반응적 적대귀인 편향'이라고 부른다.


결국 SNS는 공개적 반성의 공간이 아니라 방어와 반격의 공간으로 활용되기 쉽다. 실제로 소재원 작가가 '피해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직접 이름을 거론하며 비판했을 때도 고영욱은 멈추지 않았다. 외부의 비판이 수치심을 자극할수록 공격성은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다.



대중은 왜 분노하는가: 회복적 정의와 사회적 기대의 충돌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분노도 심리학적으로 설명이 된다. 사람들은 범죄자가 처벌 이후 '조용히 살거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행동을 기대한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적 정의 기대'다. 엘리엇 애런슨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크루즈 캠퍼스 사회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려는 행동에는 용서의 마음을 열지만, 피해자를 외면한 채 일상을 과시하는 행동에는 분노 수준이 최대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성범죄,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아동트라우마 네트워크(NCTSN)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기 성적 학대 피해자의 67.3%는 성인이 된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가 형기를 마쳤다고 해서 피해자의 고통도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이 고영욱의 SNS 행보에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저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다. 아직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느끼는 공감과, '저래도 되는 건가'라는 사회적 정의감이 충돌할 때 분노가 생겨난다. 이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적 반응이다.



소재원 작가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 침묵 깨기의 심리학


이번에 소재원 작가처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행동은 심리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제니퍼 프리드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피해자 주변인이 침묵 대신 명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 피해자의 2차 피해 감소와 심리적 회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발표했다. '당신 편이 있다'는 메시지가 피해자에게 닿을 때 고립감이 낮아지고, 트라우마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 불편한 사건을 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가해자의 행동에 분노를 소비하는 대신, 피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낸 용기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2차 가해 지속'이라는 소재원 작가의 말이 그냥 흘러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해 주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중요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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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08 08: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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