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로 몸 날려 아이 구한 남성…‘영웅 본능‘은 진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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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로 몸 날려 아이 구한 남성…'영웅 본능'은 진짜 있을까?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차도로 몸 날려 아이 구한 남성…'영웅 본능'은 진짜 있을까?


멕시코 푸에블라의 한 슈퍼마켓 앞. 차도로 뛰어드는 아이를 본 직원이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불과 1~2초 사이의 일이었다. 전 세계 소셜미디어는 이 짧은 영상에 '진정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낯선 아이를 위해 차가 달려오는 도로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이성적인 판단일까? 아니면 인간의 뇌 어딘가에 새겨진, 생각보다 훨씬 오래된 본능일까?



생각보다 빠른 뇌: 의식이 개입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응을 '자동적 이타 행동(automatic altruistic response)'이라고 부른다. 다니엘 뱃슨 미국 캔자스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을 때 인간의 뇌는 의식적 판단 경로를 거치지 않고 편도체와 전대상피질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뇌가 위험 신호와 타인의 고통을 동시에 감지하는 순간,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들은 위험에 처한 타인을 목격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자신이 고통받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감 통증(empathy for pain)'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우리가 남의 위기를 나의 위기처럼 느끼도록 뇌가 설계되어 있다는 증거다.


즉, 그 슈퍼마켓 직원은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움직인 게 아닐 수 있다. 뇌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타주의의 역설: 남을 돕는 것이 사실은 '나'를 위한 행동?


그렇다면 왜 인간의 뇌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할까? 진화심리학은 흥미로운 답을 내놓는다. 마틴 노왁 미국 하버드대학교 수학·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협력과 이타성이 집단 생존율을 최대 50% 이상 높였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혼자 살아남으려는 개체보다 서로를 돕는 집단이 훨씬 오래 살아남았고, 그 유전적 성향이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로버트 트리버스 미국 럿거스대학교 인류학과 교수가 1971년 처음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오늘 내가 낯선 이를 도우면 나도 언젠가 위기에서 도움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이타 행동이 진화했다. 그러나 이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완전히 낯선 사람을 구하는 행동은 어떤 '보상'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순수 이타주의(pure altruism)'다. 뱃슨 교수는 수십 년 연구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할 때 인간은 보상을 계산하지 않고 돕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웅적 행동의 순간, 뇌 속에서는 이미 손익 계산이 종료되어 있다.



왜 어떤 사람은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멈추는가: 방관자 효과의 반대편


물론 모든 사람이 차도로 뛰어들지는 않는다. 심리학에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1968년 존 달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비브 라타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실험에서 확인된 것으로,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개입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누군가 돕겠지'라는 책임 분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멕시코 직원은 어떻게 방관자 효과를 뛰어넘었을까? 사무엘 올리너 미국 험볼트주립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구한 비유대인 700여 명을 4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영웅적 행동을 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공감 능력의 내면화'를 꼽았다. 위기 앞에서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행동 개시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


결국 영웅은 특별히 용감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타인의 두려움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능력, 즉 공감 반응이 유독 빠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훈련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계의 오랜 결론이기도 하다.



영웅의 심리 그 이후: 구하고 난 뒤 찾아오는 감정


흥미로운 것은 영웅적 행동 이후의 심리 상태다. 위험을 감수하고 타인을 구한 사람들은 종종 '별 것 아닌 일을 했다'거나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뇌과학적 사실에 가깝다. 행동 당시 전전두엽이 아닌 변연계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당사자 본인도 자신이 '결단'을 내렸다는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


한편 이런 영웅적 행동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공감을 얻는 이유도 심리학으로 설명된다.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심리학 교수가 제안한 '고양 감정(elevation emotion)'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도덕적·이타적 행동을 목격할 때 가슴이 따뜻해지고 스스로도 선한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수천만 명이 그 영상을 보며 '진정한 영웅'이라고 댓글을 달 때, 그들의 뇌에서도 같은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도 오늘 하루, 작은 고양 감정을 경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거나, 힘들어 보이는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것. 뇌는 그 순간 이미 움직이고 싶어 한다. 그 신호를 한 번 믿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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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09 08: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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