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무섭다 했었는데…" 왜 우리는 범죄자를 못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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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인상 무섭다 했었는데…" 왜 우리는 범죄자를 못 알아볼까?


파주 카페 냉동창고 살인사건 피의자의 신상이 퍼지자 온라인에는 비슷한 반응이 쏟아졌다. '왜 저런 사람이 멀쩡해 보였을까', '나라면 알아챌 수 있었을까.' 낯선 두려움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반대 방향의 목격담도 있었다. '인상이 무서워 보였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 사건 이후 잇달아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위험한 사람을 직감으로 알아챌 수 있을까. 심리학은 명확한 답을 내놓는다. '그럴 수 없다'고.



착한 얼굴의 함정: '정상성 편향'이 우리 눈을 가린다


사람은 낯선 이를 처음 볼 때 0.1초 만에 신뢰도를 판단한다. 알렉산더 토도로프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가 2006년 발표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얼굴 사진을 단 100밀리초만 보고도 그 사람의 '믿을 만한 정도'를 평가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실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성향과 거의 무관하다는 점이다.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주변 세상을 '안전하다'고 전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이다. 위협 신호를 과소평가하고 익숙한 환경 속 낯선 이를 자동으로 무해하다고 처리해버리는 것이다. 범죄자가 평범한 일상 속에 있을 때 우리가 그를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주 사건 피의자 역시 주변인들에게 '평범한 카페 직원'으로 인식됐다. 사후에 '인상이 무서웠다'는 증언이 쏟아지는 현상은 기억이 사건 이후 재구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후 확증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부른다.



기억은 녹화가 아니다: 사후 확증 편향의 무서운 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인간의 기억이 사후 정보에 의해 얼마든지 변형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2010년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범죄 영상을 본 뒤 범인에 대한 묘사 정보를 접하자, 자신이 직접 목격한 것처럼 그 특징들을 기억해냈다. 정확도는 실제보다 평균 37% 이상 과장됐다.


사건이 알려진 뒤 '나는 이미 느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뇌가 새로운 정보를 기반으로 기억을 다시 편집한 결과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는 느낌은 사건을 안 뒤에 역방향으로 생성된 감각인 경우가 많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목격자 기억의 재구성'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학문적 흥미 때문이 아니다. 용의자 식별, 법정 증언, 범인 특정 과정에서 이 편향이 개입하면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에 따르면, DNA 증거로 무죄가 밝혀진 사건의 약 69%에 목격자의 잘못된 기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왜 계획범죄자는 더 평범해 보일까: 위장된 '정상성'의 심리


충동범죄와 달리 계획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일상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로버트 헤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개발한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PCL-R)'에 따르면, 반사회적 성향이 높은 개인 중 일부는 오히려 표면적으로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인상을 만들어낸다. 이는 타인의 신뢰를 얻기 위한 도구로 작동한다.


파주 사건에서 피의자가 카페를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유지했다는 정황은 이 맥락에서 읽힌다. 범행을 위한 공간을 준비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연기한 것이다. 우리 뇌는 그 연기를 뚫어볼 만큼 정교하게 설계돼 있지 않다.


결국 '나는 사람을 보면 안다'는 자신감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매우 약하다. 직관은 강렬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실제 판단 정확도와 일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드물다. 데이비드 라파엘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일반인이 타인의 거짓말을 탐지하는 정확도는 평균 54%로, 동전 던지기 확률(5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감'보다 '구조'를 믿어라


심리학자들이 공통으로 제안하는 것은 얼굴이나 인상이 아닌 행동 패턴과 상황의 구조를 살피는 것이다. 특정 공간에 대한 접근 통제, 이상한 요청에 대한 자동적 순응 거부, 그리고 불편한 상황에서 자리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이 실질적인 안전망이 된다. '느낌'이 아니라 '시스템'이 우리를 지킨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사건 이후 피해자나 주변인에게 '왜 몰랐냐'고 묻는 것은 잔인한 질문이다. 우리 모두의 뇌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비난의 화살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대신, 범죄를 가능하게 한 구조적 허점을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오늘, 누군가 당신 주변에서 이상한 요청을 해온다면 '인상이 나쁘지 않으니까'라는 이유로 넘기지 말자. 불편한 느낌이 들 때는 그 느낌의 이유를 묻기보다,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직관보다 행동이 당신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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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09 08: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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