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며 밤새는 건 옛말"…美 대학생들이 ‘웰니스 다티‘ 즐기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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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며 밤새는 건 옛말"…美 대학생들이 '웰니스 다티' 즐기는 진짜 이유
  • 기사등록 2026-09-12 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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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술 마시며 밤새는 건 옛말"…美 대학생들이 '웰니스 다티' 즐기는 진짜 이유


대학 신입생 때를 떠올려보자.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고, 새벽까지 노래방을 전전하던 그 풍경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 대학가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낮에 열리는 파티에서 알코올 대신 주스를 들고, 요가 매트를 펼치며 어울리는 이른바 '웰니스 다티(Wellness Darty)'가 MZ세대의 새로운 사교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행사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에 따르면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은 술이 없는 행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개강 후 술 대신 카페나 집에서 소모임을 즐기는 2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도대체 이 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음주를 거부하는 심리: 재미를 포기한 게 아니라 재정의한 것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금주 트렌드'로 보지 않는다. 클로드 스틸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사회적 압박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할 때 오히려 그 압박에 반하는 행동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술자리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질수록, 그 안에서 '나는 다르다'는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28.6%가 음주를 줄인 이유로 건강을 꼽았고, 27.9%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세 번째 이유였다. '술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응답이 전체의 21.3%에 달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대안적 보상 경로'와 맞닿아 있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유대감과 즐거움을 느낄 때 도파민을 분비한다. 알코올이 그 경로를 독점하던 시대가 저물고, 요가·러닝·보드게임 같은 활동이 같은 보상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안 세대의 선택: 통제감을 찾아서


이 변화의 이면에는 더 깊은 심리적 맥락이 있다. 진 트웬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아이젠(iGen)'에서 스마트폰과 SNS와 함께 자란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불안 수준이 현저히 높다고 분석했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10~20대의 심각한 불안장애 유병률은 31% 증가했다.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몸과 정신 상태를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알코올은 그 통제감을 빼앗아 가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웰니스'라는 키워드가 이 세대의 사교 문화에 파고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흐트러지는 대신, 맑은 정신으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가 새로운 파티 문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 SNS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술에 취한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디지털 평판 관리' 심리도 이 세대가 음주를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큐레이션하는 데 익숙한 세대에게, 통제 불능 상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연결의 방식이 바뀌었다: 술 없이도 친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술 없이도 진짜 친밀감이 생길까. 답은 '충분히'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약 200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채우는 활동이 꼭 음주일 필요는 없다. 함께 몸을 움직이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공유할 때 뇌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유대감이 형성된다.


던바 교수는 특히 함께 웃고, 노래하고,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알코올 없이도 뇌의 엔도르핀 시스템을 강하게 자극한다고 밝혔다. 웰니스 다티에서 함께 요가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행위가 단순한 건강 챙기기가 아니라, 뇌과학적으로도 유효한 친밀감 형성 방법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20대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러닝 크루', '독서 모임', '보드게임 카페 정기 모임'처럼 술을 매개로 하지 않는 소셜 활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세대는 관계의 깊이를 잔의 개수로 재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신호: 술자리 문화를 돌아볼 때


이 현상은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년의 직장인에게도, 40대 학부모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회심리학자 에이미 커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환경에서 사교 활동을 할 때 더 높은 소속감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술이 싫지만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잔을 들던 사람들에게, 이 세대의 변화는 작은 해방구가 되어주고 있다.


문득 '나는 정말 즐거워서 술자리에 가는 걸까, 아니면 빠지면 이상하게 볼까봐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질문 자체가 의미 있다. 다음 모임에서 '우리 커피 한잔 하면서 보드게임 어때?'라고 먼저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속으로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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