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10대…‘그냥 장난‘이라고? 그 심리가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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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10대…'그냥 장난'이라고? 그 심리가 섬뜩하다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10대…'그냥 장난'이라고? 그 심리가 섬뜩하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학생이 교사의 텀블러에 자신의 체액을 몰래 집어넣었다. 단순한 '장난'처럼 보이는 이 행동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피해자가 매일 마시는 물건에 이런 짓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 심리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이 사건은 최근 국내에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성범죄 혐의 적용 가능 여부까지 논의됐다. 대법원이 올해 7월 9일 카페 업주의 커피에 체액을 몰래 넣은 피의자에게 성범죄를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으면서, 이 10대의 행위를 바라보는 법적·심리학적 시선 모두 달라졌다.



지배와 굴욕: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왜곡된 권력 심리


심리학에서 이런 행동은 단순한 충동이나 호기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브래드 부시먼 교수는 타인의 물건이나 신체에 몰래 개입하는 행동을 '은밀한 지배 욕구의 표현'으로 분류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를 통제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다.


특히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은 구조적으로 권력의 하위에 놓인다. 심리학에서 이를 '역전된 권력 판타지'라고 부른다. 일상적으로 지시받고 평가받는 위치에 있는 학생이, 교사 몰래 그 신체적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심리적 우위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행동이 피해자의 동의나 인식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들키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논리가 작동한다. 이처럼 타인의 피해를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심리 기제를 '도덕적 이탈'이라고 한다.



공감 능력의 결함: 피해자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데클런 서턴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청소년 비행 사례 400건을 분석한 결과, 성적 가해 행동을 저지른 청소년의 73%에서 공감 능력 지표가 또래 평균 대비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감정적 충격을 줄지 상상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정에서 자신의 감정이 충분히 수용된 경험이 없거나, 디지털 환경에서 타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공감 회로 자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자라는 환경이 그런 공감 경험을 오히려 줄여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더 심각한 것은 '피해자가 모르면 괜찮다'는 사고방식이 청소년 사이에서 공유될 때다. 미국 심리학회(APA)는 2022년 보고서에서 온라인상 익명 문화에 장기간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비가시적 피해, 즉 상대방이 즉각 알아채지 못하는 피해에 대한 죄책감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경고한 바 있다.



법이 바뀌었다: '모르면 괜찮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올해 7월, 카페 업주의 음료에 체액을 몰래 섞은 사건에서 성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가 직접 고통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가해 행위 자체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례는 교사 텀블러 사건에도 동일한 법리 적용이 가능하다는 논의로 이어졌고, 경찰 수사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법의 변화는 단순히 처벌 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피해자가 인식하지 못한 피해'를 실재하는 범죄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이는 중요한 신호다. 피해자의 고통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가해 행동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제도와 문화 모두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막아야 할까: 청소년 공감 교육의 골든타임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훈 교수는 청소년기를 '공감 능력 형성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한다. 이 시기에 타인의 감정을 직접 확인하고 반응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쌓지 못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공감 결핍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규칙 교육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 모두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피해자는 지금 어떤 감정일까'를 함께 묻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처벌이 두려워서 멈추는 것과, 상대방의 고통이 보여서 멈추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다.


혹시 주변에 이런 일을 '별거 아니다', '들키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여기는 아이가 있다면, 오늘 저녁 이런 질문을 한번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네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네 것을 그렇게 했다면, 나중에 알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일 것 같아?' 그 대화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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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4 08: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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