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이렇게 깜빡하지?"…내 뇌가 늙은 게 아니라 지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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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요즘 왜 이렇게 깜빡하지?"…내 뇌가 늙은 게 아니라 지친 겁니다


방금 전에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핸드폰을 들고 방에 들어왔는데 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지인 이름이 입에서 맴돌지만 끝내 떠오르지 않는다. '나 혹시 치매 오는 거 아닌가?' 하고 웃어넘기지만, 내심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영츠하이머(Youngzheimer)'라는 신조어가 확산되고 있다.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를 합친 말로, 젊은 나이에도 기억력 저하나 인지 기능 감퇴를 경험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런데 이 현상, 진짜 치매의 전조일까? 심리학과 뇌과학은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영츠하이머, 뇌가 늙은 게 아니다: 과부하 걸린 작업기억의 비명


뇌과학적으로 보면, 젊은 층이 경험하는 건망증의 핵심 원인은 노화가 아니라 '작업기억(working memory)' 과부하다. 작업기억이란 지금 이 순간 처리해야 할 정보를 잠시 붙들어두는 뇌의 임시 저장소다. 용량이 정해져 있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밀려들면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진다.


아담 가잘리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신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1년 발표한 연구에서 멀티태스킹과 디지털 정보 과잉이 작업기억의 효율을 20대에서도 유의미하게 저하시킨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스마트폰 알림, SNS 피드, 메신저 메시지가 뇌를 쉴 틈 없이 자극하면 뇌는 정보를 제대로 '저장'하는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즉, 깜빡하는 이유는 정보를 뇌에 충분히 새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억이 지워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기록되지 않은 것이다. 뇌가 늙어서가 아니라, 뇌가 너무 바빠서 생기는 일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기억을 지운다: 코르티솔과 해마의 전쟁


만성 스트레스도 핵심 범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는 집중력을 끌어올리지만,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억의 중추인 해마(hippocampus)를 직접 손상시킨다. 브루스 맥쿠언 미국 록펠러대 신경내분비학과 교수는 40여 년의 연구를 통해 만성 스트레스가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을 억제하고 세포 간 연결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입증했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가 성인 34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보고한 집단의 61.3%가 기억력 저하를 함께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에서 이 비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취업 압박, 주거비 부담,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뇌가 그만큼 혹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수면 부족도 빠질 수 없다. 뇌는 잠자는 동안 낮에 들어온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정리하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청소한다. 하루 6시간 미만의 수면이 이틀만 지속돼도 기억 응고 과정이 40% 이상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매튜 워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의 저서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진짜 치매와 어떻게 구별할까: 맥락이 있으면 걱정 말자


그렇다면 영츠하이머와 진짜 치매는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단서를 주었을 때 기억이 돌아오는가'에 있다. 건망증은 힌트를 받으면 '아, 맞다!' 하고 떠오른다. 치매는 힌트를 줘도 기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건망증은 잊었다는 사실을 본인이 인식하지만, 초기 치매는 자신이 잊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우울감이 동반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는 대부분 가역적(reversible)'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인이 해소되면 기억력도 회복된다는 뜻이다. 다만 기억력 저하와 함께 일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거나, 길을 잃거나, 성격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영츠하이머는 의학적 질병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 방식이 뇌에 보내는 경고 신호에 가깝다. '나 요즘 너무 무리하고 있구나'를 뇌가 기억력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뇌에게 숨 쉴 틈을 주는 법: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변화


다행히도 처방은 거창하지 않다. 리사 펠드먼 배럿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뇌의 회복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양질의 수면, 규칙적인 신체 활동, 의도적인 단절 시간을 꼽는다. 특히 하루 1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활성화 시간이 기억력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뇌에는 적극적인 휴식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 퇴근길에 이어폰을 한 쪽만 빼고 걸어보는 건 어떨까. 알림을 잠시 끄고,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대신 그냥 앉아 있어 보는 것도 좋다. 깜빡이는 당신의 뇌는 고장 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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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5 08: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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