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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배우 봉태규가 최근 예능 녹화에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러시아 황실 스캔들을 접한 뒤 한마디를 던졌다.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그 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 품어온 의문이 담겨 있다. 대체 어떻게, 왜 그럴 수 있을까.
불륜은 단순한 도덕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다르게 본다. 불륜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는 개인의 나쁜 성품 이전에, 인간의 뇌와 심리 구조가 깊숙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불륜 당사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이 말을 단순한 변명으로 듣기 쉽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꽤 정확한 진술일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엘리 핀켈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황을 맥락별로 분리하는 '도덕적 분리(moral disengagement)' 기제를 작동시킨다고 설명한다. 직장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그리고 또 다른 관계에서의 나를 마치 별개의 인물처럼 처리하는 것이다.
이 기제가 활성화되면 죄책감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 관계는 내 결혼 생활과는 별개야'라고 뇌가 납득하기 시작하면, 행동에 대한 심리적 제동이 풀리게 된다. 봉태규가 말한 '부지런함'은 사실 이 분리된 두 세계를 동시에 유지하기 위한 인지적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핀켈 교수 연구팀이 2012년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불륜 경험자의 약 57%가 '배우자를 사랑하는 동시에 외도 상대에게도 진심이었다'고 응답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도덕적 분리가 일어난 뇌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장기 관계에서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건 안정감이다. 그런데 그 안정감이 뇌에게는 자극의 부재로 읽힌다. 미국 럿거스대 인류학과 헬렌 피셔 교수는 장기적 파트너십에서 도파민 분비가 현저히 줄어드는 반면, 새로운 관계에서는 초기의 강렬한 도파민 폭발이 다시 일어난다는 점을 수십 년간의 뇌 영상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뇌에게 마치 새 보상인 것처럼 작동한다.
이 과정은 의식적 선택이 아니라 거의 자동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설렘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사실은 뇌 화학의 변화이며, 그 결핍을 채우려는 충동이 불륜의 생물학적 토대가 된다. 물론 이것이 불륜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해하지 않으면 막을 수도 없다.
피셔 교수는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에서 장기 커플의 경우 의도적으로 '새로움'을 함께 경험하는 활동을 통해 도파민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음식점, 처음 가보는 여행지, 함께 배우는 취미. 이 작은 자극들이 관계 안에서의 도파민을 되살린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 중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서사의 재구성'이라고 부른다. 영국 엑서터대 심리학과 폴 로스키 연구팀이 2019년 불륜 경험자 400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자신의 외도를 '불행한 결혼에서의 탈출구', '진짜 나를 찾는 과정' 등으로 의미화하고 있었다. 행동을 바꾸는 대신, 행동에 맞게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다.
이 자기 서사는 외도를 지속하게 만드는 심리적 연료가 된다. '나는 이런 상황에 처한 피해자야'라는 내러티브가 굳어지면,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은 희미해지고 외도 상대와의 유대감은 오히려 강해진다. 봉태규의 말처럼 그 '부지런함'은 자기 이야기를 유지하기 위한 정신적 에너지이기도 하다.
로스키 연구팀은 이 왜곡된 자기 서사가 관계 치료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체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사건을 직면하지 않고 이야기만 바꾸는 한, 패턴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불륜 심리의 핵심은 '관계의 권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태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 신호를 외부에서 해결하려는 충동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정신건강의학과 카렌 블레어 연구팀은 장기 커플이 의도적으로 서로를 '처음 만난 사람처럼'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한 그룹에서 관계 만족도가 2년 후 38% 높게 유지됐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발표했다.
오늘 저녁, 오래된 파트너에게 '요즘 어떤 생각을 제일 많이 해?'라고 한번 물어보는 건 어떨까. 그 낯선 질문 하나가 뇌에 작은 도파민 스파크를 만들 수 있다. 가장 익숙한 사람을 가장 새롭게 발견하는 것, 그게 긴 관계를 지키는 심리학이 권하는 가장 부지런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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