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까지 다이어트한다…20대가 관계를 줄이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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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까지 다이어트한다…20대가 관계를 줄이는 '진짜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만남까지 다이어트한다…20대가 관계를 줄이는 '진짜 이유'


연락처 목록에 이름은 수백 개인데, 막상 힘든 날 전화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임 초대가 와도 손가락이 멈칫한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다음에'를 누른다.


요즘 20대 사이에서 '관계 긴축'이라는 말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 돈도 시간도 감정도 아껴서, 정말 중요한 관계에만 쏟겠다는 것이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지쳐서다.



관계도 살림처럼 줄인다: '감정 에너지'가 한정 자원이 됐다


최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의 63.4%가 '유지할 가치가 낮은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싶다'고 답했다. 가족이나 절친처럼 중요한 관계는 남겨두고, 애매하게 친한 동창이나 각종 친목 모임처럼 당장 없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관계부터 솎아내는 방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자원 관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로라 카스텐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정서적 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통해, 사람은 시간이나 에너지가 제한됐다고 느낄수록 폭넓은 관계보다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이 현상이 주로 노년층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은 20대가 먼저 이 선택을 하고 있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관계의 밀도를 주목한다. 3년 가까이 비대면으로 지내면서 '연락 없이도 멀쩡히 살 수 있다'는 경험을 했고, 그 시간 동안 얕은 관계가 얼마나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새삼 실감했다는 것이다.



SNS 친구 500명, 진짜 친구는 몇 명: 던바의 수가 말하는 현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를 약 150명으로 제시한다. 이른바 '던바의 수'다. 그 안에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진짜 친구'는 5명 안팎,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는 1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 하나에 수백 명의 연락처가 저장되고, SNS 팔로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시대가 됐다. 숫자는 넘쳐나는데 진짜 가까운 사람은 여전히 손에 꼽힌다. 오히려 관계의 양이 늘수록 각 관계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는 얇아진다.


던바 교수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연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핵심 관계 5명과의 유대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관계 긴축이 단순한 고립이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한 연결을 위한 재조정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거절이 이렇게 어려웠나: '소속감 위협'이 만들어내는 피로


그렇다면 왜 관계를 줄이는 게 이토록 힘들까. 모임 초대를 거절할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의 2003년 fMRI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거절이나 배제를 경험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는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거의 동일하다. 반대로, '내가 거절할 때 상대가 느낄 고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뇌 반응이 나타난다.


관계 긴축을 시도하는 20대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감정은 '미안함'이다. 안 나가면 미안하고, 나가면 지친다. 이 갈등이 반복되면 결국 관계 자체를 피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접근-회피 갈등(approach-avoidance conflict)'이라고 부른다. 원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대상 앞에서 멈춰버리는 상태다.


결국 관계 긴축은 게으름이나 이기심이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감정적 자기보호에 가깝다. 관계의 수를 줄이는 대신 남은 관계에 더 집중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덜 만나도 괜찮다: 진짜 연결을 위한 작은 습관


물론 관계 긴축이 만능은 아니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가 1938년부터 80년 넘게 추적한 연구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관계의 질'이었다. 친밀한 관계가 없을 때 외로움은 건강에도 해롭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관계를 줄이는 것과 관계를 잃는 것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관계 긴축'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만남의 횟수를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남긴 관계에 더 집중하고, 짧더라도 진심이 담긴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핵심이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어도 괜찮다. 문득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면 '잘 지내? 오랜만에 생각났어'라는 짧은 한 마디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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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7 08: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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