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하면서도 완주"…끝까지 버티는 그 집착, 심리학적으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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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설사하면서도 완주"…끝까지 버티는 그 집착, 심리학적으로 보면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고강도 피트니스 레이스 하이록스 대회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폴란드 선수 카타르지나 비에트르지크가 경기 도중 대변 실금 증상을 보이면서도 레이스를 완주한 것이다. 이후 그는 공식 사과까지 했지만, 전 세계는 여전히 하나의 질문 앞에 멈춰 서 있다.


왜 멈추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그 장면을 보며 일부는 감동하고, 일부는 경악했을까? 심리학은 이 상반된 반응에 꽤 흥미로운 답을 내놓는다.



목표가 뇌를 장악할 때: '터널 비전'이 판단력을 닫는다


극한의 신체 상황에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심리를 설명할 때 심리학자들은 '터널 비전(tunnel vision)' 개념을 꺼낸다. 목표에 극도로 집중한 나머지 주변의 다른 정보를 차단하고 오직 하나의 방향만 보게 되는 인지적 협착 현상이다. 쉽게 말해, 뇌가 '완주' 외에 다른 선택지를 처리하는 기능을 일시적으로 꺼버리는 것이다.


가브리엘 오팅겐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는 장기 목표를 강렬하게 내면화한 사람일수록 장애물 앞에서 이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밝혔다. 2014년 성인 운동선수 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목표 몰입도가 높은 집단은 신체적 경고 신호를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 38% 낮게 인식했다.


비에트르지크의 경우, 수개월간의 훈련과 대회 준비가 뇌 안에 강력한 목표 회로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체가 보내는 '멈춰'라는 신호보다 뇌가 새긴 '완주'라는 명령이 더 크게 울렸던 셈이다.



매몰 비용의 함정: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심리


또 하나의 강력한 심리 기제는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다. 이미 투자한 시간, 노력, 감정이 아까워서 합리적 판단 대신 계속 밀어붙이는 현상이다. 경기 중반을 넘긴 선수가 '지금까지 버텼는데 그냥 그만두면 다 날아간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이 심리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손실을 이익보다 약 2.5배 크게 인식한다. 경기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어도, 뇌는 그것을 '잃는 것'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포기 결정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특히 수개월에서 수년간 준비한 대회라면 그 심리적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이는 선수 개인의 의지나 무모함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의 뇌에 기본 탑재된 인지 편향이 극한 상황에서 더 강렬하게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승리 의지인가, 자기 파괴인가: 스포츠 정신의 경계


문제는 이 심리적 집착이 칭찬받아야 할 '투지'인지, 경계해야 할 '자기 파괴'인지의 구분이다. 박성주 국민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승리 의지와 함께, 다른 선수와 관중에게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결의가 공공의 위생과 타인의 경험을 침해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스포츠 정신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과잉 발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앨버트 반두라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정립한 개념으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현실 감각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에트르지크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너무 강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의 사과 이후 SNS에서는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응원과 '다른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 엇갈린 반응 자체가 우리가 스포츠 정신을 얼마나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일상에서 멈추지 못하는 이유: 완주 강박을 점검할 때


사실 이 이야기는 운동선수만의 것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야근을 이어가거나, 맞지 않는 관계를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이유로 버티거나, 다 끝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밥도 못 먹고 일을 붙잡는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일상의 하이록스를 뛰고 있는 셈이다.


심리학자들은 멈추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완주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멈춰야 하는지 아는 판단력이다. 오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한 번쯤 무시하지 않고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용감한 선택이 '그만'이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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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9 08: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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