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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무대 위에서 선배 가수에게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았다면 어떤 기분일까. 지난 20일 전북 진안에서 열린 트로트 페스티벌 무대에서 가수 심수봉(71)이 17세 김다현을 향해 쏟아낸 말 한마디가 연예계를 넘어 대중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심수봉이 조카 손주인 손태진에게도 '노력한다고 되냐'고 직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씨가 다시 커졌다.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보며 단순한 연예계 해프닝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어느 순간과 겹쳐 떠올렸다. 왜 남의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쓰릴까.
심리학에서 공개 비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 앞에서 거절이나 비판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실제 신체 통증을 처리하는 영역인 배측전대상피질과 전도뇌섬엽과 거의 일치한다. 사회적 상처는 뇌에게 물리적 통증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대중이 지켜보는 무대라는 공간은 이 충격을 배가시킨다. 청중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받는 부정적 평가는 '사회적 자아'에 대한 위협으로 즉각 처리된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불안, 즉 사회불안이 순간적으로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더구나 김다현처럼 아직 자아정체성이 형성 중인 10대에게 공개 무대에서의 비판은 더 오래, 더 깊이 새겨진다.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서 청소년기는 '정체성 대 역할 혼미'의 단계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외부 반응으로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심수봉의 발언을 두고 대중 반응이 엇갈린 것도 심리학적으로 흥미롭다. '독설도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옹호와 '상처를 줬다'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는 권위자의 비판을 수신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심리적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스탠리 밀그램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 이후 권위 복종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연구들은 권위자의 비판이 수용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비판이 사적 공간에서 이뤄질 것, 관계적 신뢰가 먼저 쌓여 있을 것, 그리고 수신자가 그 비판을 요청했거나 동의했을 것이다. 공개 무대에서의 돌발 발언은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결국 같은 말이라도 맥락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말이 된다. '노력한다고 되냐'는 말을 단둘이 앉아 차 한 잔을 나누며 들었다면, 그 말은 평생의 지침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백 명의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에서 들었다면, 그 말은 가슴 한쪽에 박힌 화살이 된다.
이 논란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는데'라며 오래된 기억을 꺼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대리 수치심이라고 부른다. 타인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거나 비판받는 장면을 목격할 때, 마치 자신이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현상이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사회심리학과 연구팀이 2018년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자의 68%가 타인의 공개 비판 장면을 목격했을 때 심박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손에 땀이 나는 생리적 반응을 보였다. 공감은 아름다운 능력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타인의 고통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논란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무대 위의 17세 소녀를 보며 사실은 한때 누군가에게 '넌 안 된다'는 말을 들었던 자신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캐럴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서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의 차이를 규명했다. 그는 효과적인 피드백이란 능력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노력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력한다고 되냐'는 말은 노력의 방향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능력에 대한 판정에 가깝기 때문에, 성장보다는 좌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심수봉의 49년 음악 인생에서 나온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과 효과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후배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 싶다면 구체적인 행동에 집중하고, 가능하면 사적인 공간에서, 당사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건네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늘 문득 누군가에게 따끔한 말을 하고 싶어진다면 잠깐 멈춰보자. 그 말이 상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 그 한 박자의 여유가 말 한마디를 상처에서 선물로 바꿔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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