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댓글창은 닫혔지만 악플은 남았다…설리 7주기, 우리는 왜 타인을 공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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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창은 닫혔지만 악플은 남았다…설리 7주기, 우리는 왜 타인을 공격할까
  • 기사등록 2026-10-14 09: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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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창은 닫혔지만 악플은 남았다…설리 7주기, 우리는 왜 타인을 공격할까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포털 댓글창은 닫혔지만 악플은 남았다…설리 7주기, 우리는 왜 타인을 공격할까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의 최진리(설리)가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 댓글창은 닫혔다. 그런데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SNS와 커뮤니티, 유튜브 댓글창으로 옮겨간 혐오의 언어는 오히려 더 정교하고 집요해졌다.


설리가 살아있던 시절, 그의 SNS에는 매일 수백 개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연애, 패션, 노브라 선택 하나하나가 온라인의 표적이 됐다. 우리는 왜 화면 너머의 낯선 사람에게 이토록 가혹한 말을 퍼붓는 걸까. 심리학은 그 불편한 이유를 조용히 설명하고 있다.



익명성이 풀어놓는 것: 평소엔 꽁꽁 묶인 공격 본능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명예교수는 익명성이 인간의 억제 기제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수십 년 연구로 증명해왔다. 그가 명명한 '탈개인화(deindividuation)' 현상은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키보드 뒤에 앉아 닉네임 하나로 존재하는 순간, 뇌는 사회적 규범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2014년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익명 조건의 참가자들은 실명 조건보다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무려 3.4배 높았다. '어차피 나를 모르잖아'라는 생각이 도덕적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악플을 다는 행위 자체가 뇌에 보상 신호를 보낸다는 점이다. 타인을 비판하거나 우월한 위치에 서는 순간, 뇌의 보상 회로는 소량의 도파민을 분비한다. 한 번 경험한 이 짧은 쾌감이 반복 행동을 유도한다.



설리를 향한 악플의 심리: '다름'에 대한 공포가 공격으로


설리가 집중 표적이 됐던 이유는 단순히 '유명해서'가 아니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이탈자 처벌 효과'로 설명한다. 영국 엑시터대 심리학과 알렉스 하슬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은 자신들이 설정한 규범에서 벗어나는 구성원을 외부인보다 훨씬 가혹하게 비난한다. 설리의 노브라, 자유로운 연애 표현, 기존 아이돌 이미지를 거부하는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우리가 합의한 규칙을 깨는 행위'로 인식됐다.


이와 함께 작동한 것이 '도덕적 면허 효과'다. 시카고대 심리학과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비판 대상을 먼저 도덕적으로 나쁜 존재로 프레이밍하면 어떤 공격도 정당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쟤가 먼저 이상하게 굴었잖아'라는 논리가 악플의 면죄부가 되는 셈이다.


설리의 사례에서 또 하나 주목할 심리 기제는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다. 악플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개인이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극단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강화된다. 댓글창에서 악성 댓글이 공감을 얻을수록 더 자극적인 언어가 뒤따르는 이유다.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 사이버 폭력은 뇌에 실제 상처를 남긴다


사이버 괴롭힘을 '그냥 말'로 치부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신경과학은 다르게 말한다. 미국 UCLA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팀의 fMRI 연구에서, 온라인에서 따돌림을 경험한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실제 신체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 전방 대상 피질(dACC)이 동일하게 반응했다. 댓글 하나가 실제로 뇌에 통증 신호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만성적으로 악플에 노출될 경우 코르티솔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수면 장애, 불안, 우울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발표돼 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댓글을 마주했던 설리의 심리적 고통이 어떠했을지, 이 데이터들은 말없이 증언한다.



7년 뒤 우리가 해야 할 질문: 댓글창이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볼 때


포털 댓글창이 닫힌 것은 제도적 변화였다. 그러나 악플이 SNS와 커뮤니티로 이동한 현실은, 문제의 본질이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심리학자 조슈아 그린 교수는 '도덕적 행동은 자동적 감정 반응과 의도적 이성 판단의 충돌 결과'라고 설명한다. 즉, 악플을 치기 전 0.5초의 멈춤이 실제로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설리 7주기를 맞아 많은 이들이 추모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그 추모가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다. 누군가의 SNS에 비판적인 댓글을 달기 전, 잠깐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이 말을 저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스물다섯에 멈춰버린 누군가의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 가장 작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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