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없는 미래 너무 무서웠다"… 두려움이 오히려 챔피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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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메달 없는 미래 너무 무서웠다"… 두려움이 오히려 챔피언을 만든다?


무언가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는가. 이 일이 안 되면 어떡하지, 저 기회를 놓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던 그 순간 말이다. 한국 태권도 대표 이준석 선수가 세계선수권 결승을 앞두고 한 말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메달 없는 미래가 너무 무서웠다"는 고백이었다.


그런데 그 두려움 끝에 그는 결승에 올랐다. 무섭다고 했지만 멈추지 않았고, 불안하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이 지점에 주목한다. 두려움은 우리를 멈추게 하는 걸까, 아니면 오히려 앞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될까.



두려움과 동기의 관계: 불안이 연료가 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동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좋은 것을 얻으려는 '접근 동기'와 나쁜 것을 피하려는 '회피 동기'다. 이준석 선수의 "메달 없는 미래가 무섭다"는 말은 전형적인 회피 동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에드워드 헤긴스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의 조절초점이론에 따르면, 회피 동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손실을 막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특정 상황에서 수행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헤긴스 교수 연구팀이 2019년 성인 운동선수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경쟁 직전 '잃는 것'에 집중한 그룹이 '얻는 것'에 집중한 그룹보다 단기 집중력과 수행 정확도에서 평균 18.3%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뇌를 더 날카롭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 효과는 두려움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두려움이 지나치면 오히려 수행이 무너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역U자형 각성 이론'이라고 부른다. 적당히 긴장했을 때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오고, 너무 느긋하거나 너무 불안하면 실력 발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다루는 법: 이준석의 '하던 대로' 전략


이준석 선수가 결승을 앞두고 남긴 또 다른 말이 있다. "하던 대로 하면 승산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 짧은 문장에 굉장히 정교한 심리 전략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루틴'에 의존하는 이 방식은 불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앤드루 레인 영국 울버햄프턴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선수들이 고압적인 상황에서 루틴을 활용하면 전전두엽의 과활성을 억제해 자동화된 동작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몸을 굳게 만든다는 뜻이다. 훈련으로 익힌 동작은 생각 없이 해야 가장 잘 나온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분석에 의한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부른다. 결승전 같은 큰 무대에서 오히려 실력 발휘가 안 되는 선수들이 빠지는 함정이 바로 이것이다.


이준석 선수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전략, '하던 대로'는 바로 이 함정을 피하는 방법이었던 셈이다.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고, 불안이 있는 채로 자신이 훈련해 온 동작을 믿는 것. 그것이 그를 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나도 그랬다: 일상 속 두려움을 동력으로 바꾸는 방법


이 이야기는 비단 운동선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발표 전날 밤 긴장으로 잠을 못 자거나, 면접 당일 아침 심장이 쿵쾅거리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두려움을 '내가 약한 탓'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심리학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엘리자베스 필립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2012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불안을 억누르려 한 그룹보다 불안을 흥분으로 재해석한 그룹이 실제 발표 수행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는 지금 무섭다'가 아닌 '나는 지금 흥분됐다'로 바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결과다.


두려움과 흥분은 신체 반응이 거의 동일하다. 심박수가 오르고,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빨라진다. 차이는 그 감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이를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라고 부른다. 이준석 선수가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결승 무대에 섰던 것처럼, 우리도 두려움을 없애려 할 게 아니라 다르게 읽어낼 수 있다.


오늘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한 번 이렇게 물어보자. '이 두려움은 내가 이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 두려움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간절함은 언제나 행동의 가장 뜨거운 연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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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14 09: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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